한나라당의 4일 전당대회에서 홍준표 대표 체제가 출범하면서 집권 후반기 여권의 새로운 진용 개편에 서막이 올랐다.

범친이계에 속하지만 비주류를 자임해왔던 홍준표 대표 체제는 비주류의 첫 당권 장악인 데다 홍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모두 40∼50대로서 `세대교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출신들이 대거 지도부에 입성함으로써 당 노선과 정책기조, 당청관계가 이전과는 사뭇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새 지도부는 내년 총선ㆍ대선을 위한 `관리형 체제'지만 지도부 대다수가 계파색이 옅은 데다 정치적 개성이 강해 독자적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월 원내대표 선거 이후 당내 주류ㆍ비주류가 교체된 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내부에서 당의 노선과 정책기조에 대한 전환 요구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홍준표 대표 체제가 순항하기 위해서는 헤쳐나가야 할 암초가 적지 않다. 한나라당을 둘러싸고 있는 정치적 환경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지난 4ㆍ27 재보선 패배 이후 무력감에 휩싸인 당을 추스르고 정권 재창출을 위해 총선 승리를 향한 기반 마련을 위해 당 체제를 전면 재정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도 최우선 과제는 이번 전대 과정에서도 재연된 당내 뿌리깊은 `계파정치 종식'이라고 당 관계자들은 전했다.

홍 대표가 줄곧 `계파해소'를 공언해온 만큼 특유의 돌파력으로 특단의 계파해소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당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계파 해소를 위한 당직 인선에 주목하고 있다.

나아가 내년 총선과 맞물려 홍 대표가 투명 공천을 강조하면서도 새로운 인물 영입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공천문제가 당내 현안으로 떠오르는 `뇌관'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 홍 대표가 당이 선도하는 당청관계를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향후 당청관계는 `선별적 협력체제'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경우에 따라서는 청와대와의 차별화도 예상되는 대목이다.

추가 감세와 대학 등록금, 대ㆍ중소기업 상생 등 `포퓰리즘 논란'을 빚고 있는 난제들을 어떻게 풀어낼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여야 관계는 홍 대표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는 짐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스스로 `총선 전사론'을 내세운 만큼 대야 관계에서는 전선(戰線)이 점차 치열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처리를 놓고 야당과 대립할 8월 임시국회에서 1차적으로 대야 역량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의 등장으로 당내 역학관계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당의 투톱이자 신주류로 부상한 황우여 원내대표를 비롯해 개성이 강한 최고위원들과의 협력관계 구축도 그가 풀어야 할 `숙제'의 하나로 꼽힌다.

여기에 향후 본격화할 대선 레이스에서 박 전 대표를 비롯한 당내 대선주자들과의 관계, 대선 경선의 엄정 관리 등도 그의 몫이다.

수도권 지역의 한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홍 대표의 장점은 특유의 결단력과 추진력으로 난국을 정면돌파하는 데 있다"면서 "다만 독주 가능성도 없지 않은 만큼 당내 여러 의견을 수렴하는 큰 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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