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국회가'허탕 국회'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과 공정거래법,북한인권법 등 처리가 시급한 현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만 여야간 이견으로 지금까지 제대로 한 건도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산업자본이 중간지주회사를 만들면 보험 증권 자회사를 허용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2년째 국회 계류 중이지만 야당 반발과 여당의 의지 부족으로 벌써부터 이달 처리가 물건너갔다는 얘기가 나온다.

민주당은 "대기업 집단의 세습과 상속을 합법화해주면서 세금까지 깎아주는 법"이라며 반대 입장을 확실히 하고 있다. 한나라당 내에서조차 "선거를 앞두고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등에 대한 사회적 비판여론이 커지고 있는데 이런 법을 처리할 수 있겠느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해당 상임위인 정무위 관계자는"선거철이 다가오고 있어 6월 국회에서 처리가 안되면 18대 국회는 물건너갔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사태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은행법 개정안(한국은행에 제한적 단독 조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처리 가능성에도 난기류가 생겼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의 반대 속에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최근 기획재정위에서 "한은이 정부에 종속된 금리정책을 펴면서 단독조사권을 달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가세했다.

한나라당이 6월 국회 처리를 공언했던 북한인권법 역시 야당의 입법 반대로 법사위에서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야당과의 합의사항이었던 저축은행 국정조사를 이 법안과 한데 묶어 처리하겠다고 주장하면서 변수가 되고 있다.

한 · 미 FTA 비준 동의안은 미국 의회에서 무역조정지원제도(TAA · 국가 간 무역협상으로 직업을 잃은 사람들을 지원하는 제도)와 FTA비준안 병행 처리론이 등장하면서 우리 국회서도 처리 시기가 7월 이후로 늦춰지는 형국이다.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은 최근 "미국도 처리하지 않는데 우리가 먼저 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종합편성채널(종편) 방송 개시에 앞서 처리해야 할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 관련 법 개정 문제는 여야가 각자 당론을 정하지 못해 처리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국회 문방위는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 법안심사소위에서 이 법안을 집중 심의할 예정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와 특별수사청 설치 등의 내용을 담은 사법개혁안은 1년4개월 동안 논의됐지만 검찰 등의 반발에 부딪쳐 최근 논의가 중단됐다.

박수진/허란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