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교 한나라당 의원(52 · 경기 용인수지)이 3일 프로농구인 단체인 한국농구연맹(KBL)의 제7대 총재에 당선되면서 정치인과 체육단체장 간의 관계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의원은 프로체육계 단체장으로는 처음 결선까지 가는 치열한 경선 속에 당선돼 체육계 안팎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동안 프로체육계에서는 추대를 통해 단체장을 선임하는 게 관례였다. 최근엔 공석이 된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에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내정됐다는 설이 돌면서 체육계가 달아오르기도 했다.

이날 현재 체육단체장을 맡고 있는 현직 국회의원은 6명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전 최고위원)이 2008년부터 대한태권도협회장직을 맡고 있고,임태희 대통령실장은 지난해 7월 청와대로 가면서 지역구를 포기했지만 2008년부터 맡고 있는 대한배구협회장직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강승규 한나라당 의원(서울 마포갑 · 초선)은 2009년 대한야구협회장에 도전해 성공했고,공성진 한나라당 의원(서울 강남을 · 초선)도 2007년 한국종합격투스포츠연맹 총재에 당선됐다. 대한농구협회를 이끌고 있는 3선의 이종걸 민주당 의원을 빼고는 6명의 정치인 출신 체육단체장 중 5명이 여당인 한나라당 소속이다.

의정활동에 바쁜 국회의원들이 체육단체장을 선호하는 이유는 뭘까. 홍 의원 측은 "순전히 봉사하는 마음으로 태권도협회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태권도협회의 규모를 보면 '+α 효과'에 대한 기대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게 협회 주변의 얘기다. 이 단체는 국내 유단자 회원만 650만여명에 달한다. 이들이 받는 신분증과 띠에는 협회장의 이름이 선명하게 새겨진다. 5000만명에 달하는 전 세계 회원들도 대한태권도협회가 사실상 리드한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대중의 인지도를 먹고사는 정치인들에게는 체육단체를 이끌고 있다는 게 선거에서 엄청난 자산이 된다"고 말했다.

체육단체들이 정치인을 수장으로 받아들이는 데도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전문 체육인들보다는 아무래도 정치인들이 관련 예산을 따거나 기업들로부터 협찬을 유치하는 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또 해당 분야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정치인들이 입법이나 제도 개선 등의 의정활동을 통해 보호막 역할을 해 줄 수 있다는 것도 체육계에는 큰 이점이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결국 스포츠계와 정치인들이 윈 · 윈하는 관계가 되기 때문에 정치인 출신 스포츠단체장이 계속 나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