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방문중인 김정일 위원장이 상당히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며 자신의 건강을 과시하고 있다.

20일 새벽 투먼을 통해 중국을 방문한 김정일 위원장은 예상과는 달리 유적지 방문, 산업현장 시찰, 야간이동 등 쉼없는 일정을 이어가며 자신의 건강에 대한 외부의 우려를 비웃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은 20일 새벽 투먼(圖們)을 통해 중국에 방문 한 뒤 당일 오전 9시(현지시간)께 무단장(牧丹江)에 멈췄다.

그는 이곳에서 동북항일연군 기념탑이 있는 베이산(北山) 공원을 찾아 기념행사를 하고 김일성 주석의 항일운동과 관련이 있는 징보후(鏡泊湖.경박호)를 방문했다.

이후 숙소인 무단장 홀리데이인 호텔에서 잠깐 휴식을 취한 뒤 김정일은 당일 오후 8시께 특별열차를 타고 하얼빈(哈爾濱) 방향으로 향했다.

하얼빈에서 내릴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김정일 일행은 이곳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려 창춘(長春)으로 갔다.

창춘역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8시 20분으로 약 12시간의 야간 기차여행을 한 것이다.

창춘에 도착한 김 위원장은 승용차로 갈아 타고서 창춘의 대표적 산업시설인 이치 자동차 공장을 둘러봤다.

공장 시찰을 마친 김 위원장은 오전 11시 40분께 숙소인 난후(南湖) 호텔로 들어갔으며 이곳에서 쉬며 북중 정상회담 준비를 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점식 식사를 마친 후 호텔을 나서 오후 2시 20분께 창춘역을 출발했다
창춘을 떠난 특별열차는 그날 오후 7시께 선양(瀋陽)을 무정차 통과한 뒤 남행을 계속, 22일 오후 8시께 장쑤(江蘇)성 양저우(揚州) 도착했다.

꼬박 30시간 정도를 열차에서 보낸 셈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이처럼 기차에서 밤을 보내며 20일 새벽부터 무박 3일 이동을 계속한 것은 자신의 건강을 과시하는 한편 중국 지역을 보다 폭넓게 돌아보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자신이 건강이 호전됐다는 점을 대내외적으로 알려 한반도 주변정세에 관련된 불확실성중 일부를 해소하는 한편 북한 내부의 후계체제 구축을 주도하겠다는 점을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이다.

특별열차가 달리는 특급호텔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안락한 휴식공간과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한정된데다 계속 달리는 열차에서 오랜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김 위원장은 양저우역에서 내린 뒤 영빈관쪽으로 이동했으며 만일 오늘밤 양저우 영빈관에서 묵는다면 중국에 입국한 뒤 사흘만에 처음으로 열차가 아닌 숙소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된다.

베이징 외교가의 한 관계자는 "김정일의 건강호전설은 계속 나왔는데 이번 이동속도나 행적을 보면 건강에 어느정도 자신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여행으로 김 위원장에 대한 건강우려가 상당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강행군이라고 할 만큼 쉴틈없이 이동하며 남행한 것은 둥북지역 뿐 아니라 중국지역의 더 많은 곳을 돌아보며 중국의 변화상을 직접 체험하는 한편 동행한 북한인사들에게 경제발전의 필요성을 절감하도록 하려는 목적에서 비롯됐다는 추론이 제기되고 있다.

애초 김정일 위원장이 북중 국경도시중 동쪽 끝부분에 가까운 투먼을 통해 방중하자 중국 동북 지방의 주요 경제거점과 혁명 유적지를 둘러 본 뒤 창춘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회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짙었으나 김정일 위원장은 예상과는 달리 빠르게 이동하며 중국 동북지역을 지나쳐간 것이다.

김 위원장은 양저우에 이어 상하이를 방문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으며 상하이 이후엔 다시 북상할 것인지 아니면 남행을 계속할 것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의 이동반경이 커지면서 방중 일정도 늘어난 것 아니냐는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미 남쪽으로 멀리 내려온 이상 체력적으로 자신이 있다면 통상 4박5일 정도인 방문일정이 5박6일이나 그 이상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베이징연합뉴스) 신삼호 특파원 s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