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장은 2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미래기획위원회 주최 '미래와 금융 정책토론회'에서 "대기업들의 거대 관료주의를 견제하기 위해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를 적극 북돋우겠다"고 말했다. 정부 기관인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통해 대기업을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에 대해 "평소 학자로서 소신을 발표한 것으로 알고 있다. 논의 과정을 거쳐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정리된 입장이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재계는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초과이익공유제를 들고 나왔을 때에도 청와대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며 반발하고 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웠던 집권 초기의 기업정책이 '반(反)대기업' 노선으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곽 위원장은 이날 기업 이름을 거명하며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수년 전부터 스마트폰 시대의 도래가 예견됐는데도 경영진의 안이한 판단으로 기존 휴대폰 시장에 안주해 결국 '아이폰 쇼크'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포스코와 KT 등 오너십이 부족한 대기업도 방만한 사업 확장 등으로 주주 가치가 침해되고 국민경제에 역효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공식 자료를 통해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 목적은 상장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자체가 아니라 포트폴리오 기업들의 가치 극대화에 있어야 한다"며 "정치논리에 의한 관치 목적의 지배구조 개선이나 지나친 경영권 간섭은 경영 안정화를 훼손해 기업가치 저하로 연결될 수 있으므로 지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139개 기업에 투자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기업 사정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섣불리 개입할 때 기업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좀 더 많은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황인철 한국경영자총협회 본부장은 "공적 연금을 이용해 기업을 뜻대로 하겠다는 것은 '연금 사회주의'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