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국방개혁을 해야 하는 이유로 '군대답지 못한 군대'를 꼽는다. 지금 같은 행정 중심의 군대로는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김 장관은 최근 "나도 (육군본부가 있는) 계룡대에서 5년간 근무했는데,육군본부는 국가 차원의 사건이 발생해도 (행정중심이다 보니) 긴장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1970년대부터 하려던 국방개혁이 40여년 동안 이뤄지지 않았다"며 "2015년에 전시작전권이 우리에게 넘어오게 돼 있어 전쟁이 나면 한국군이 중심이 돼 전쟁을 치러야 하는 만큼 국방개혁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국방개혁의 골자는 20년 만에 군 상부 지휘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합참의장에게 군정권을 부여하고 각 군 총장에게 작전 지휘권을 부여,북한의 도발에 기민하게 대응하자는 것이다. 지난해 북한의 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복잡한 지휘체계로 대응이 늦었던 것에 대한 자성이 출발점이다. 한마디로 국방개혁안에는 "이기는 군대를 만들겠다"는 김 장관의 의지가 담겨 있다. 군 내부에서도 '이기는 군대론'에 대해선 이론(異論)이 없다. 이미 천안함 폭침 등을 통해 국민의 군에 대한 신뢰가 상처를 입은 터라 더욱 그렇다.

문제는 군 수뇌부 내에서조차 소통이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 점이다. 군 개혁방향에 대해 예비역 장성들은 물론이고 공군 참모총장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건 누가 봐도 이상하다. 지난 2주간 장관과 공군 총장의 말이 각기 다르고,여기저기서 불협화음이 나오는 상황은 군내 소통부재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김 장관이 "군 안팎과 적극적인 소통을 할 것"이라는 거듭된 다짐에도 불구하고 "일방통행 아니냐"는 비판론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 국방위원회의 한 의원은 18일 "개혁안을 만든 1년2개월 동안 공청회 한번 열지 않았다"며 "방향을 다 결정해놓고 '무조건 따르라'는 식이어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혁명보다 힘들다는 개혁을 성공시키려면 내부의 공감대가 중요한데 그런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군은 일사불란한 의사소통을 생명으로 하는 조직이다. 개혁의 방향이 옳고 그름을 떠나 군 수뇌부가 딴 소리를 한다면 국민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김우섭 정치부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