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 의사결정 무엇이 문제인가…국책사업 왜 진통 겪나
정부가 대형 국책사업을 결정할 때 내세우는 핵심 잣대는 경제성이다. 최근 동남권 신공항을 백지화하는 과정에서도 '경제성이 없다'는 분석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입지평가위원회 조사 결과 후보지인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 모두 사업성 평가 최저점인 50점을 넘지 못했다. 국토연구원이 분석한 비용 대비 편익비율(B/C)도 0.7가량에 그쳤다. 통상 B/C가 1을 넘어야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경제성만으로 따질 수 없는 것이 국책사업이기도 하다. 호남고속철도가 대표적이다. 총 11조2700억원가량이 투입돼 동남권 신공항(약 10조원)보다 사업비 규모가 컸던 호남고속철도는 B/C 평가에서 0.39를 받는 데 그쳤지만 2009년 착공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와 관련,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경제성이 떨어지는 호남고속철은 왜 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역 발전이 바로 경제성"이라며 "낙후된 호남지역 문제를 뒤로 미루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는 견해를 밝혔다. 경제성보다 지역 균형 발전을 고려했다고 인정한 셈이다.

연내 착공이 예정된 새만금 신항만 사업도 B/C가 0.55~0.67에 불과하다. 사업비가 3조2000억원에 달하는 상주~영덕 고속도로도 B/C는 0.49지만 2009년 12월 착공됐다. 이 도로는 이 대통령의 고향인 포항을 통과해 '특혜성 사업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경제성이 높은데도 사업이 취소되거나 무산되는 사례도 있다. 대구 도시철도 1호선 서편 연장 사업은 B/C가 1.13으로 평가됐지만 사업이 무산됐다.

이런 점들 때문에 정부가 대형 국책사업을 결정할 때마다 '기준이 뭐냐'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국책사업 유치에 실패한 지역민과 해당 지역 정치인들은 "정부가 입맛에 맞는 국책사업만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어떤 때는 경제성을 핵심 잣대로 내세웠다가 어떤 때는 지역 균형 발전을 고려하는 등 갈팡질팡한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경제성 평가를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도 있다. 동남권 신공항 후보에서 탈락한 밀양의 경우 정부가 활주로를 1개가 아니라 2개 건설하는 것을 전제로 공사비를 추정하는 바람에 공사비가 부풀려졌다고 반발하고 있다.

경제성을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있다. 모 대학 교수는 "강원도나 호남 등 인구가 적은 지역은 B/C 분석을 하면 항상 편익이 적게 나온다"며 "이들 지역에서는 경제성만 따지면 절대 국책사업을 유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주선 민주당 최고위원도 "당초 고속철 사업도 경제성이 없다고 여러번 평가됐지만 국가의 먼 장래와 국민 편의를 위해 추진돼 오늘날 국민이 반나절권 나라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경제성은 공약 철회의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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