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서비스 공약 악순환
(1) 출발부터 어긋났다
대형 국책사업 추진은 선거 때마다 등장했다. 예외가 없었다. 대선 후보들은 앞다퉈 지역 발전 등의 명분을 내세워 국책사업 추진을 약속했다. 일부 공약은 선거 후 경제성 등이 없다는 이유로 백지화했다. 성공적인 사업도 있었다. 그러나 일부는 약속대로 추진한 게 오히려 화근이었다. 엄청난 예산을 들여 사업을 끝냈으나 뒤늦게 경제성이 없어 운영을 중단한 사업도 적지 않다.

정치논리로 국민 혈세를 낭비한 대표적 사례는 지방공항이다. 많은 예산을 투입해 완공한 일부 지방공항의 활주로는 항공기 대신 고추 말리는 마당으로 쓰이고 있다. 하루 이용 승객보다 공항 직원 수가 많은 탓이다. 전국 14개 공항 중 김포와 제주,김해를 뺀 11곳은 매년 적게는 10억원에서 많게는 70억원까지 적자를 내고 있다.

정치적 목적에서 비롯된 선심성 공약은 과도한 유지 · 보수 비용 등 지속적인 부담을 지방자치단체에 안김으로써 지역 발전에도 역행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애물단지로 전락한 경전철 사업도 마찬가지다. 용인경전철은 이미 15개 역이 들어섰지만 철로는 하염없이 녹슬고 있다. 사업계획을 확정한 2004년 당시엔 하루 평균 승객 수를 14만명으로 잡았으나 지난해 경기개발연구원은 하루에 경전철을 이용하는 승객 수를 최대 3만명으로 추산했다.

용인시는 경전철을 개통하면 하루에 1억5000만원의 적자를 내 이를 세금으로 메워야 할 판이다. 수요예측도 정확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매년 수백억원씩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니 운행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답답한 것은 시행사도 마찬가지다. 민간 컨소시엄으로 이뤄진 용인경전철㈜ 측은 최근 용인시를 상대로 용인경전철 실시협약 해지에 따른 지급금 및 손해배상 등을 요구하는 중재를 국제상공회의소 산하 국제중재법원에 신청했다.

공약이 심각한 지역 갈등을 유발한 채 축소되거나 취소된 경우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선 때 충청권에 신행정수도를 짓겠다고 약속했다. 이 공약으로 노 전 대통령은 선거에서 승리했다. 본인 스스로 "재미 좀 봤다"고 했다.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의 충청권 압승도 수도 이전 기대감에서 비롯한 것이다. 그러나 수도 이전 사업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을 받고 지금의 세종시로 축소됐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 탄핵 발의가 이뤄지는 등 심각한 국론 분열을 야기했다.

노태우와 김영삼,김대중 정부를 거치는 동안 수없는 논란을 빚었던 위천 국가공단 건설도 립 서비스 공약이 어떻게 실패하는지를 보여줬다. 당시 대구시는 달성군 위천리에 국가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했지만 부산과 경남지역은 "식수원인 낙동강이 오염될 우려가 있다"며 반발했다. 지루한 싸움 끝에 사업은 결국 무산됐다.

선거 때마다 표를 얻기 위해 지역 공약을 남발하는 '표(票)퓰리즘'이 지역 갈등을 부추기고 국가 재정을 낭비하고 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