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거리는 어떤 곳입네까", "교민 숫자는 얼마나" 등 관심 표명
"담배는 `듀티 프리'서 구입"..블룸버그.시티그룹 등 견학


미국 민간단체의 초청으로 방미 중인 북한 경제대표단 일행이 29일 저녁(이하 현지시간) 맨해튼의 코리아 타운을 찾아 뉴욕 방문 마지막 날 밤의 회포를 풀었다.

북측 대표단 일행 12명과 초청 측인 아시아 소사이어티 관계자 8명 등 일행 20명은 이날 코리아 타운의 한 한국 음식점에서 1인당 50달러짜리 코스 정식에 한국 소주 20여병을 곁들여 3시간가량 만찬을 했다.

담배를 태우러 나온 이들과 식당 앞에서 우연히 만난 기자가 다가가 인사를 하자 "아는 얼굴이구만요"라며 겸연쩍게 응대했다.

뉴욕에 도착한 첫날 만나 말을 걸었을 때는 한사코 입을 다물며 경색된 표정이던 이들이었지만, 이날은 소주 기운 탓인지 불콰한 얼굴에 대화도 몇 분간 진행됐다.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북측 대표단 일행의 간사격인 인물이 기자에게 물었다.

"이 거리가 어떤 곳인지 설명해 줄 수 있습니까"
뉴욕 한복판에 온통 한국어 간판으로 뒤덮인 맨해튼 32가 코리아 타운이 무척 신기한 모습이었다.

한국인들이 밀집해 장사를 코리아 타운을 간략히 설명해 주자 "아, 그 베이징의 왕징하고 비슷한 곳이구만..."하며 아는 척을 했다.

북한 경제 관련 부처의 중간급 간부이자 엘리트들이어서 해외 여행을 여러 번 해본 눈치였다.

담배를 피우던 다른 일행에게 "담배는 뉴욕에서 산 것이냐"고 물었다.

담뱃값 비싸기로 유명한 뉴욕(20개피 한 갑에 한화로 1만3천원 가량)에서 구입했는지 , 북한에서 가져온 것인지가 궁금해서였다.

그는 "아니요.

저... 듀티 프리에서 사가지고 들어온 것입네다"라고 답했다.

면세점이 아니라 `듀티 프리'라고 자연스럽게 말하는 것이 일주일 여 미국에서 체류하면서 제법 `미국 물'이 든 듯한 느낌이었다.

이들은 "여기에 교민이 얼마나 삽네까"라며 뉴욕 교민 사회에도 관심을 표했다.

코리아 타운의 규모 때문에 자연스럽게 생긴 궁금증인 듯했다.

시민권자나 영주권자를 포함해 15만명 가량 된다고 기자가 답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지난주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에 머물 당시 한 한국신문이 "있지도 않은 것을 보도했다"며 매우 불쾌한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다.

일행 중 한 명은 "서울에서 온 특파원이면 LA(로스앤젤레스)에 있는 00일보 특파원도 압니까"라며 "그 사람, 하지도 않은 얘기를 억측을 해서 쓰고..."라며 얼굴을 찌푸렸다.

"무슨 내용 때문이냐"고 묻자 "아니 우리가 피곤해 죽갔는데 무슨 TV를 보고 리비아 사태가 어떻고 한다고 쓴단 말입니까.

있지도 않은 일들을 써가지고... 말좀 전해 달라요"라고 말했다.

당시 이 신문은 이들이 `이집트와 리비아 사태를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귀머거리가 아닌데..."라고 답했으며, "묵고 있는 숙소 중 일부는 자정 넘어서도 불이 꺼지지 않았다.

숙소 창밖으로 리비아 사태 속보를 전하는 폭스뉴스의 TV 화면이 비치고 있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사실이 아닌 보도였기에 진짜로 억울한 것인지, 아니면 무아마르 카다피 독재정권에 대항해 `봉기'가 일어난 리비아의 재스민 혁명을 언급한 것이 신경을 거슬렸는지는 알 수 없었다.

뉴욕에서의 첫날 만남에서 "북미 간 경제협조, 이 문제를 논의하고 그 가능성을 찾기 위해 왔다"고 밝힌 이들이었기에 `북미 간 경협의 가능성을 발견했느냐'고 묻자 "지켜봐야지요"라고 짧게 답했다.

미국 방문 일정이나 내용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함구로 일관했다.

방문단 일행은 나흘 동안 뉴욕에 머물면서 시티그룹과 블루밍데일 백화점, 블룸버그 통신 등을 견학했으며 아시아 소사이어티가 주관한 세미나에 참석해 미국 교수들로부터 자본주의 경제에 대한 강의를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행 중 한 명에게 "나흘 동안의 일정이 너무 빡빡하지는 않았느냐"고 묻자 "우리가 나흘이나 있었나"라고 반문했다.

`자본주의 연수'가 꽤 정신없이 진행됐던 모양이었다.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샌디에이고) 산하 국제분쟁협력연구소(IGCC) 초청으로 방미한 무역성.농업성 등 경제부처 소속 북측 대표단 12명은 지난 27일 아시아 소사이어티 초청으로 뉴욕에 도착했고, 30일 오전 뉴욕을 출발해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한 뒤 2일 귀국한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