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1주기를 맞아 '46용사'의 유가족들이 '위령탑' 제막식을 위해 27일 오전 백령도를 찾았다.

이날 새벽 6시30분 평택 2함대에서 해군이 제공한 카페리 '마린브릿지호'에 승선한 100여명의 유가족들은 자식과 남편, 형제를 잃고 힘들게 살아온 지난 1년간의 슬픔과 고통을 억누르면서도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배 안에서 천안함 1주기와 관련한 TV방송을 지켜보던 일부 유가족들은 1년 전의 악몽이 떠오르는 듯 침울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해군은 이날 이례적으로 고속정을 동원, 평택 2함대에서부터 백령도까지 여객선을 호위하는 등 46용사의 유가족들을 배려했다.

◇잃어버린 1년..또다른 슬픔 = 지난해 3월 26일 천안함 폭침으로 인해 아들을 조국에 바쳐야 했던 한 용사의 아버지 A씨는 아들의 싸늘한 주검이 뜻하지 않은 '가족 해체'란 고통을 가져다 줬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아들, 딸과 함께 나선 A씨는 "천안함사건 이후 며느리가 경기도 내 한 지역으로 이사한 뒤, 시부모와 연락을 끊은 채 살고 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초등생 손자와 손녀 2명을 남겨둔 채 부모 곁을 영원히 떠난 아들이 너무나 야속하지만, 사건 후 소식이 없는 며느리에 대한 섭섭함을 전하기도 했다.

A씨는 "구정과 추석은 물론, 26일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천안함 1주기 추모식에조차 며느리가 참석지 않고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故 서대호 중사의 아버지 서영희(55)씨는 "1년이 지났다고 (아들을) 잊을 수 있겠느냐"고 울먹이며 "생각할수록 가슴이 미어진다"며 지난 1년의 상처를 되뇌었다.

故 문규석 원사의 처남인 박준형(39)씨도 "부산에 사시는 부모님은 지금도 매형 생각에 놀라 잠에서 깨시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아들과 남편, 형제를 잃은 유가족들이 아직도 군에 복무 중인 줄 착각하는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마르지 않은 눈물..'불멸의 성좌여' = 이날 낮 12시 백령도 주민, 군부대 장병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된 '천안함 46용사 위령탑' 제막식에서 유가족들은 그동안 애써 눌렀던 통곡과 그리움의 눈물을 더는 참지 못했다.

천안함 침몰현장이 바라다보이는 백령도 연화리 해안에 8.7m 높이로 건립된 '꺼지지 않는 영원한 불꽃'을 상징하는 위령탑의 제막식은 유가족들의 끊임없는 흐느낌 속에 헌화와 분양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46용사의 부조를 쓰다듬는 유족들의 오열과 통곡은 주변을 숙연케했고, 이를 지켜보던 주민들과 해병장병들의 눈시울도 붉히게 했다.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은 "46용사께 '오늘 밤이라도 (적과) 당장 싸울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고 고(告)한다"며 "고인들은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멸의 표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이어 찬안함 폭침사건과 관련, "아직도 일부에서 망각과 망상을 갖고 있는 것이 개탄스럽다"며 "(북의 돌발행동에 대해) 모든 것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다짐하자"고 덧붙였다.

유가족 대표인 이인옥(故 이용상하사 부친)씨는 "아들과 남편, 형제를 각자의 마음 속에 묻고, 숭고한 의지를 백령도에 영원히 새겨야 한다"며 "위령탑은 결코 슬픔을 상징하는 것이 아닌, 조국수호 의지와 호국기상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제막식은 20분만에 끝났지만, 백령도 앞바다를 향해 돌아오지 않는 아들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는 유족들의 통곡은 한동안 이어졌다.

(백령도연합뉴스) 김명균 기자 km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