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26일 오후 9시22분 1200t급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서해 백령도 해상에서 침몰한 천안함 사건은 우리 군에 엄청난 충격을 안겼다. 전면전과 간첩침투 등 소규모 국지도발에 대한 대응 태세를 갖췄던 군이 잠수함 등 북측의 비대칭 전력을 통한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기 때문이다. 군은 현재 대대적인 전력개편에 착수한 상태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천안함 1주기를 맞아 "군의 대비 태세 방향을 '미래 잠재적 위협'보다는 '현존하는 위협'에 우선 대응하며 적극적 억제 능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그 후 1년간 남북관계는 더욱 멀어졌다. 전력증강은 예산 부족과 도입 절차에 발목이 잡혀 있고,상당수 국방개혁 과제들도 축소되거나 아예 백지화됐다.

◆'북 잠수정 이동' 알고도 대응 못해

천안함 사건 당일 우리 해군 제2함대사령부 정보실은 북한의 연어급 잠수정 예비 모선 수척이 모기지를 떠나 미식별됐다는 정보를 발령했으나 공격 징후에 대한 대비는 전혀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

국방부는 24일 '천안함 피격사건 백서'를 발간하면서 군이 북한 잠수함정의 기지 출입항 정보를 인지했으면서도 이를 통상적인 활동으로 인지하고 미식별 상황에 따른 대잠 경계태세를 강화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건 직후 한 · 미연합사령부에 통보되기까지 43분,청와대에 정식 보고되기까지 29분이 소요됐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軍 어떻게 달라졌나

군은 북한의 비대칭 전력에 의한 예상치 못한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 5월 이후 대대적인 전력 증강에 나섰다. 특히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전력을 대폭 강화했다. 서해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북 5개 도서에 대한 방어를 위해 '서북도서방위사령부'를 창설키로 하고 K-9자주포를 비롯한 원거리 타격무기를 증강 배치했다.

군은 이와 함께 합동참모본부를 군 최고의 조직으로 끌어올렸다. 합동성을 강화하고 북한의 도발 시 일원화된 지휘체계를 통해 신속한 작전 지휘를 하기 위해서다. 육 · 해 · 공군 참모총장에게만 주어졌던 인사 · 군수 · 교육에 대한 권한이 합참으로 집중됐다. 초동조치와 보고체계도 개선 대상에 올랐다. 합참은 지휘통제실 전담반을 꾸려 365일 24시간 보고체계를 갖췄다.

이 같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선 육군 전력만 집중 강화되면서 천안함 사건과 같은 우발적 도발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비대징 전력

상대방의 우위 전력을 피하면서 약점이나 급소를 공격할 수 있는 전력을 말한다. 탱크 전차 포 총 등 재래식 무기와는 구분되는 핵무기와 생화학무기,탄도미사일,특수부대,사이버 전력 등 대량살상과 기습공격이 가능한 무기와 부대 등을 일컫는다.


김우섭 기자 duter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