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과학벨트 언급'에 각 정파 촉각

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 입지 선정 문제가 또다시 정치 쟁점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전날 "대통령이 약속한 것인데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하면 책임도 대통령이 지겠다는 것"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야당에서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당장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은 `원론적 얘기'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유력한 대권 후보인 박 전 대표가 처음으로 과학벨트 문제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정치권에 주는 파장이 만만치 않다.

친이(친이명박)계 의원들은 박 전 대표의 언급에 대해 겉으로는 "논평할 게 없다"고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세종시에 이어 과학벨트로 이명박 대통령과 또다시 각을 세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1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박 전 대표가 과학벨트를 충청권으로 보내야 한다고 언급한 게 아니잖느냐"면서 "원론적 얘기를 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친이계 한 의원은 "박 전 대표의 발언 배경에는 이 대통령이 신년 좌담회에서 과학벨트 문제에 대해 `원점에서 시작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이 자신의 충청표에 마이너스라고 판단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다른 친이계 의원은 "과학벨트는 위원회를 구성해 결정하도록 돼있다.4월에 선정위원회가 구성되면 큰 무리없이 결정될 것"이라며 "결국 충청권에 가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에 친박계 의원은 "현 정부 출범시 공약에 대해 현 정부와 집권여당이 책임져야 한다는 원론적 얘기지 대통령에 대한 공격이나 비판이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는 암묵적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에서도 내년 대선을 앞두고 박 전 대표가 세종시에 이어 과학벨트 문제로 충청권에 확실한 입지를 구축하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의구심 속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민주당은 손학규 대표가 당의 핵심기반인 호남에서 "과학벨트는 충청권으로 가야한다"는 `작심발언'까지 하면서 충청권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세종시 때와 마찬가지로 또다시 박 전 대표가 과실을 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과학벨트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이회창 대표가 청와대 앞에서 시위까지 한 자유선진당도 박 전 대표의 발언이 충청 민심에 미칠 파장에 대해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선진당 핵심 관계자는 "과학벨트는 제2의 세종시가 될 수 있다"면서 "영남권이 기반인 박 전 대표가 충청권에 과학벨트를 줘야 한다고 하면 영남권 사람이 돌아설 것이기 때문에 더 나아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강병철 기자 jongwoo@yna.co.krsolec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