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선진화재단ㆍ한경 월례 토론회] "무상급식 한다고 선진국 아니다…'보편적 권리'로 포장하는 것은 잘못"
무상급식은 정치인들이 유권자의 지지를 얻기 위해 개발한 정치상품이다. 정치를 공급자(정당)와 수요자(유권자)가 만나는 시장이라고 했을 때 무상급식은 합리적으로 무지한 유권자들을 파고들 수 있는 정책이다. 합리적 무지란 유권자들이 정당과 정치인을 선택하는 문제에 관심이 없는 것을 뜻한다.

무상급식을 보편적 권리로 포장해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무상급식은 'right(권리)'라기보다는 'entitlement(자격)'이다. 권리는 다른 사람의 희생을 요구하지 않지만 자격은 누군가의 경제적 희생을 전제로 한다.

무상급식을 어느 범위까지 확대할지는 결국 국민의 세금 부담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 북유럽 국가들처럼 조세와 사회보험료를 합친 국민부담률이 50%에 육박하고 국방비 등에 대한 부담이 작은 나라에서는 얼마든지 100% 무상급식을 할 수 있다. 무상급식을 하는 스웨덴과 핀란드는 2008년 기준으로 국민부담률이 각각 47.1%와 42.8%에 달한다. 같은 해 한국의 국민부담률은 26.6%에 불과했다. 한국은 또 전체 예산의 10%를 국방비로 지출해야 하는 특수한 상황에 있다.

이런 차이를 무시한 채 스웨덴이나 핀란드처럼 100% 무상급식을 할 수는 없다. 전면 무상급식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세금을 늘리자는 얘기부터 해야 한다. 연간 학교 급식 예산 중 67%는 학생들의 부모가 부담한다. 학교 급식이 공공재가 아닌 사적 재화로 거래되고 있다는 의미다. 사적 재화라고 해도 국민이 원한다면 정부에서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무상급식은 스스로 급식비를 감당할 수 없는 빈곤층으로 대상을 한정해야 한다.

기초생활보장 가구에 무상급식을 제공하고 차상위층에 대해서는 감면율을 적용하는 것이 예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정부는 사용할 수 있는 예산과 우선순위를 고려해 무상급식 대상자를 점차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