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략적 인내'보다 적극 개입 가능성
대북제재.평화협정 문제 부각될 듯

워싱턴 D.C에서 19일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은 북핵 6자회담과 관련해서도 중대한 의미를 갖는 외교이벤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룰 전망이고 이 자리에서 어떤 공감대가 도출되느냐에 따라 북한 핵문제, 구체적으로는 6자회담의 운명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미.중 정상회담이 6자회담 재개 흐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를 놓고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린다.

하지만 일정한 흐름을 거쳐 적어도 올 하반기에는 회담이 재개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2월말에서 3월초 정도에 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기도 하다.

이와 함께 앞으로 한반도에서 대화 국면이 본격화되면 대북제재 및 평화협정 체결 문제가 현안으로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핵문제= 북핵 문제를 바라보는 미국 조야의 시각은 지난해 말부터 변화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게 외교가의 시선이다.

미국이 앞으로 핵문제에 대해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기다리는 이른바 `전략적 인내' 정책을 수정해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그 핵심이다.

오바마 정부가 출범한 뒤 지난 2년간 북한의 핵능력이 강화되고 한반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계속 커지는 상황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전략적 판단이 행동으로 구체화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 핵심은 바로 우라늄농축 프로그램(UEP)이다.

북한이 지난 해 11월 미국의 핵 전문가인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에게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하면서 파장을 일으켰다.

우라늄농축은 플루토늄탄 생산공정보다 은밀하게 좁은 공간에서도 가능하고 다른 나라로 확산하기 용이하기 때문에 훨씬 위험하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오바마 정부가 출범 후 내세운 `핵없는 세상'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UEP를 그냥 간과하기 어려운 것이다.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14일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다음 단계로 "남북대화로 시작하는 외교적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미국의 정책변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에 대한 배려는 외형상 거둬들이지 않는 모습이다.

그래서 한국 정부가 제시한 '선(先) 남북관계 개선, 후(後) 6자회담 재개'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미국의 외교시간표가 허용할 수 있는 공간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이 외교전문가들의 냉정한 진단이다.

이런 관점에서 미국과 중국은 남북관계 개선이 먼저 있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갖고 있고 정상회담을 통해서도 한국과 북한 모두에 대화를 재차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미국은 남북대화를 거쳐 북.미 직접대화 및 6자회담으로 가는 로드맵을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소식통은 16일 "올해 상반기 남북대화 및 북.미간 접촉을 거쳐 하반기에는 6자회담이 열릴 것으로 본다"며 "남북대화가 지지부진할 경우 미국이 북한과 직접 대화를 하고 6자회담 재개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대북 제재 문제 = 한반도 정세가 6자회담 재개 국면으로 접어들면 북한이 다시 제재해제 문제를 들고 나올 공산이 크다.

현재 북한의 두차례 핵실험에 따른 유엔 안보리의 결의에 따른 대북 제재가 유지되고 있고 지난 해 천안함 사건 이후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경협도 사실상 중단되면서 북한에 대한 경제적 봉쇄는 강화됐다.

그러나 북한은 외부와 교류가 극히 적은 폐쇄된 국가이고 중국이 북한을 계속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제재가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지 장담할 수 없다.

북한은 앞으로 6자회담 복귀를 계기로 경제적 제재를 해제해달라고 요구하고 한국과 미국 등은 북한이 비핵화에서 진전된 행동을 보이기 전에는 상응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며 맞설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북한의 UEP에 따른 추가 제재를 놓고 6자회담 관련국간 신경전이 펼쳐질 공산이 크다.

미국은 북한이 북핵 문제의 핵심인 우라늄농축 프로그램(UEP)를 유엔 안보리에서 논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한국도 같은 입장이지만 중국의 부정적 입장이 걸림돌이다.

중국 추이톈카이(崔天凱) 외교부 부부장이 14일 북한의 UEP에 대한 판단을 유보해 파장을 일으킨 것은 미국과 극명한 시각차를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

이 때문에 협상 국면이 가시화되면 유엔 안보리 논의 등 북한에 대한 추가제재는 사실상 어려워질 것으로 관측된다.

◇평화협정, 새로운 전선될까 = 평화협정은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정전체제를 종식하고 영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방안으로 북한에 의해 꾸준히 제기돼왔다.

2005년 9.19 공동성명에도 `직접 관련 당사국들은 적절한 별도 포럼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가질 것'이라고 명시돼 있고 실제로 북한의 주장에 따라 이 문제가 6자회담에서 논의된 적도 있다.

지난 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 등 북한의 잇단 군사적 도발로 한반도 내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이 문제가 6자회담과 연계돼 다시 쟁점화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1일 "우리의 평화협정 체결 제안에 성근한(성실한) 자세로 호응했으면 연평도 포격 사건 같은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고 앞으로 6자회담을 계기로 `평화협정 카드'를 계속 내밀 공산이 크다.

그러나 북한의 평화협정 제안은 비핵화 논의의 판을 흔들기 위한 의도가 담겨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과 미국은 비핵화에 진전이 있은 뒤에야 평화협정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왔다.

평화협정 주체와 관련해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북한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에는 평화협정의 당사자로 남북한을 주장했지만 1974년 이후에는 정전협정의 서명국이자 적대관계에 있는 미국을 중심으로 맺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반면 한국은 군사적으로 대치 중인 남북한이 평화협정을 주도해야 한다며 북한의 태도를 비판하고 나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앞서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 13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평화협정은 남북이 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미국과 중국은 (평화협정에) 같이 참여하거나 보장하는 형태가 좋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