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북정책이 갈지자 행보다. 강경론과 온건론이 수시로 바뀌고 있다. 6자회담 재개 조건과 관련,지난해 3월 천안함 침몰 사태 이후 북한의 사과를 전제로 내세웠으나 지금은 쑥 들어갔다. 이명박 대통령(사진)의 대북 발언도 혼란스럽다. "북한에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며 전쟁 불사를 언급하다가 갑자기 대화 및 협상 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등 갈피를 잡기가 어렵다.

이 대통령은 2009년 9월 유엔 총회 연설에서 "6자회담을 통해 북한 핵 프로그램의 핵심 부분을 폐기하면서 동시에 북한에 확실한 안전보장을 제공하고 국제 지원을 본격화하는 일괄타결,즉 그랜드 바겐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해 12월 시진핑 중국 국가 부주석에겐 "북한과 진지한 대화를 하자는 게 내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이 대통령은 천안함 사태 이후인 5월24일 담화에서 "북한은 대한민국과 국제사회 앞에 사과하라"며 천안함 사건 관련자들의 즉각적인 처벌까지 요구했다. 청와대 참모들은 북한의 사과가 있어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이후 사과 요구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9일 언론 인터뷰에서 '천안함 사과가 6자회담의 전제조건이냐'는 질문에 "국제사회의 모든 문제는 어떤 하나를 놓고 그거냐 저거냐 가를 수 있는 건 아니다"며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지금은 6자회담을 거론할 시기가 아니다. 북한 스스로 모험주의와 핵을 포기하는 것을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3일 전방부대를 방문해 "공격을 받을 땐 가차없이 대응해야 한다"고 하는 등 강경 발언 수위를 높였다. 그러나 불과 이틀 뒤 이 대통령은 외교통상부 업무보고에서 "6자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 폐기를 반드시 이뤄야 한다"며 대화 쪽으로 급격하게 무게중심을 옮겼다. 지난 3일 신년연설에서도 "북한과 대화의 문이 아직 닫히지 않았다"고 했다. 6자회담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은 "현 정부는 북한의 속내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의 난맥상은 이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6자회담 재개 전제 조건과 관련,'진정성 있는 태도'를 언급하고 있으나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엄종식 통일부 차관은 7일 방송에 출연,진정성 있는 조치가 뭘 뜻하는지에 대해 '북한의 납득할 만하고 책임 있는 조치'라고만 언급하며 피해나갔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5월25일 국민원로회의에서 "우리 군이 지난 10년 동안 '주적(主敵)'개념을 정립하지 못했다"며 주적 개념 부활을 시사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국방백서에 주적 개념을 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국방부는 지난달 28일 국방백서에 주적이 아닌 '적'으로 표기했다.

홍영식/이준혁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