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4년째를 맞은 이명박 정부 고위직 인사의 지역별 · 대학별 쏠림현상이 더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영남대 · 고려대 편중인사는 여전했다. 4대 권력기관이나 정부 핵심부처의 지역 편중은 더 심화됐다. 한국경제신문이 6일 정부의 장 · 차관급(내정자 포함) 인사 90명의 출신 지역 및 대학을 분석한 결과 영남출신이 36%,고려대 출신이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장 · 차관 3명 중 1명은 영남 출신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말 장 · 차관급 인사 8명을 내정하는 개각을 단행했다. 이번에 내정된 감사원장 및 장관후보자를 포함해 장 · 차관급 인사 90명 가운데 대구 · 경북 출신은 15명,부산 · 경남은 17명으로 영남이 32명(36%)을 차지했다. 현 정부 출범 때 나타난 영남 쏠림 현상에 변함이 없었다. 호남출신은 16명에서 15명(17%)으로 줄었고,충청도는 17명에서 15명(17%)으로 감소했다. 서울은 10명에서 16명(18%)으로 늘었다.

4대 권력기관이나 정부 부처의 핵심 요직에 영남 출신이 포진하고 있어 실제 인사편중은 더 심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정보원장은 경남 출신의 김성호 전 원장에 이어 경북 출신인 원세훈 원장으로 바뀌었고,경찰청장은 어청수 · 강희락 · 조현오 등 영남일색이다. 국세청장은 충청 출신에서 경북 출신인 이현동 청장으로 바뀌었다. 검찰총장만 유일하게 비영남(서울)이지만 검찰의 핵심 요직인 서울중앙지검장,법무부 검찰국장은 영남인사로 채워졌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16일 군 수뇌부 인사를 단행하면서 육 · 해 · 공군 참모총장을 모두 영남출신으로 채웠다. 3군의 수장이 모두 특정지역 출신으로 채워진 것은 군사정부가 종식된 김영삼 정부 이후에는 없던 일이다.

◆고려대 인맥 약진

출신 대학을 보면 서울대가 27명(30%)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은 고려대 18명(20%),연세대 10명(11%),성균관대 7명,경북대 4명,한양대 · 외대 3명 등의 순이었다. 정권 초기와 비교하면 서울대는 47%에서 대폭 줄어든 반면 이 대통령의 모교인 고려대는 11%(10명)에서 18%로 크게 증가했다. 연세대는 9명에서 10명으로 1명 늘었다. 1기 내각 때 한 명도 없었던 경북대가 4명으로 늘어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야권 관계자는 "1기 내각 출범 때 '고소영(고려대 · 소망교회 · 영남)'내각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아직 그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입김'이 직 · 간접으로 미칠 수 있는 금융회사에서는 고려대 인맥이 더욱 두드러진다. 4대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3곳(우리금융 · KB금융 · 하나금융)이 고려대 출신이다.

◆공정사회 취지 퇴색

여권의 한 관계자는 "정권 출범초기 '고소영 내각'이라는 비판을 받았음에도 편중 인사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지역이나 대학을 가리지 않고 일 잘하는 사람을 쓴다'는 이 대통령의 실용인사 원칙이 작용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사에서 지역별 균형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더라도 과도한 쏠림 현상은 이명박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공정사회의 취지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MB정부의 인사편중이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며 "이를 치유할 노력은 하지 않은 채 좁은 인력 풀에서만 사람을 뽑고 있어 국민으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진모/구동회/이준혁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