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국 공조에 주력..北 '진정성있는' 변화 촉구

이명박 대통령이 3일 신년 특별연설에서 북핵 6자회담을 언급하지 않아 그 배경에 외교가의 신경이 집중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북한의 핵개발은 한반도 평화와 세계평화에 큰 위협"이라며 "국제사회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공영의 길로 나설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원론적 입장을 내놨다.

이어 "대화의 문도 아직 닫히지 않았다"며 "북한이 진정성을 보인다면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경제협력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나갈 의지와 계획을 갖고 있다"고 언급, 북한의 태도변화에 따른 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불과 5일전인 구랍 29일 "내년 한해 북한의 핵폐기를 6자회담을 통해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언급한 것과는 달라진 톤이다.

물론 이 대통령이 연설에서 언급한 '대화의 문'이 6자회담 재개를 포함하는 표현임은 분명하지만 현시점에서 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느냐, 마느냐 여부는 정치.외교적 함의가 달라질 수 밖에 없다는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외교소식통들 사이에서는 연말연초를 계기로 급격한 활기를 띠고 있는 6자회담 재개 흐름에 대해 정부가 일정한 '속도조절'을 꾀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이 '6자회담을 통한 비핵화'를 언급한 이후 한반도 정세 논의가 6자회담 쪽으로 급속한 쏠림현상을 보이는데 대해 제동을 건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현 시점에서 6자회담에 방점을 찍을 경우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을 짚어보지 않은 채 북한의 희망에 따라 대화국면으로의 전환을 그대로 용인해주는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는 인식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정부소식통은 "6자회담이 그 자체로 북한에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된다"며 "북한이 먼저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다면 6자회담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게 정부의 기본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 대통령의 이번 연설은 북한에 '진정성 있는' 행동변화를 촉구하는 메시지가 더 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북한이 진정성을 보일 경우 "국제사회와 함께 경제협력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나갈 의지와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힌 대목은 2009년 9월 이 대통령이 제안한 '그랜드 바겐'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이 대통령이 "관련국들의 공정하고 책임있는 역할이 어느때보다 중요하다"고 언급한 대목이다.

이는 6자회담 의장국이면서 북한에 대해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메시지로 볼 수 있다.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북한이 보다 가시적인 태도변화에 나서도록 적극적인 압력을 행사해달라는 주문이 담겨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렇게 볼 때 이 대통령의 이번 연설은 '공'을 북한에 넘긴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관련국들과의 공조에 주력하면서 북한의 향후 조치를 지켜보면서 '회담이 열릴 상황'이 조성되길 기다리는 전략이 엿보인다.

정부의 이 같은 입장정리에 따라 6자회담 재개 흐름은 당장 급격한 속도를 내기 보다는 '모색기'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관망이 나온다.

미.중이 19일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 재개에 대한 큰 틀의 그림에 합의하고 북한이 진전된 행보를 보이기 전까지는 6자회담 재개를 겨냥한 '사전정지'와 '기싸움'의 흐름이 뒤엉킬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