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관계개선' 공개시그널 교환
6자재개 사전정지..李대통령 메시지 주목

북한이 1일 신년 공동사설을 통해 남북 대결상태 해소를 강조하면서 북핵 6자회담 재개흐름에 미묘한 기류가 드리워지고 있다.

전체적인 문맥상 강.온 메시지가 혼재된 측면이 있지만 연평도 사태 이후의 긴장이 이어지는 현 국면에서 북한이 '관계개선'을 향한 공개적 시그널을 발신한 것 자체가 긍정적 흐름을 조성해내고 있다는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특히 이번 메시지는 이명박 대통령이 구랍 29일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남북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데 대해 '화답'을 하는 모양새가 되고 있어 남북간 대화무드를 조심스럽게 생성해내는 분위기다.

더욱이 이 대통령은 공교롭게도 이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전화통화에서 "올해는 남북관계의 중요한 한해"라며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유엔의 적극적 협력을 주문, 새해 첫날 남북이 간접적인 형태로 나마 '호응'한 듯한 양상이다.

무엇보다도 북한의 이번 신년메시지는 6자회담으로의 국면전환을 겨냥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현재 한.미.일.중.러 5자는 6자회담 재개의 여건조성 차원에서 남북관계 개선이 긴요하다는 쪽으로 공통의 컨센서스를 형성하고 있는 단계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새해 정세운영의 큰 틀을 제시하는 신년 공동사설을 통해 남북 대결상태 해소를 강조하고 나온 것은 5자의 주문에 '화답'하면서 국면전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의 이 같은 유화적 태도는 연평도 사태이후 국제적 고립국면에 탈피하고자 하는 전략적 행보의 측면이 있지만 '우군'으로 분류할 수 있는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도 적잖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는 중국 청궈핑(程國平)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와 알렉세이 보로다프킨 러시아 외무부 차관이 구랍 28일 공동성명을 통해 남북간 직접 대화를 촉구한 것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6자회담 재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 행사 가능성에 주목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오는 19일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6자회담 재개를 향한 큰 틀의 전략적 합의를 모색하려는 중국으로서는 북한을 상대로 '분위기 조성' 차원의 남북대화에 나서도록 적극 독려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남북대화와 북미대화를 포함한 다양한 양자접촉 →6자회담 긴급 수석대표 회동 또는 예비회담→6자회담 본회담으로 이어지는 3단계 재개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정부당국자들의 반응은 일단 신중해 보인다.

북한의 이 같은 유화적 태도에 대해 "진정성 없는 또다른 평화공세"라는 의구심을 드러내며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여기에는 북한이 한.미.일이 주문하고 있는 6자회담 재개 전제조건에 대해 성의있는 대응조치 없이 서둘러 국면전환을 꾀하려는 숨은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판단이 깔려있다.

특히 이번 사설에는 "이 땅에 전쟁의 불집이 터지면 핵참화밖에 가져올 것이 없다", "전군이 긴장한 정세의 요구에 맞게 전투훈련을 실전과 같이 벌여 군인들을 싸움꾼으로 준비시켜야 한다"는 대남 강경메시지도 함께 담겨있어 '대화' 쪽으로 지나친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는게 당국자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전반적인 흐름으로 볼 때 북한의 이번 메시지가 6자회담 재개에 긍정적인 흐름을 조성할 가능성이 있음은 정부 당국자들도 부정하지 않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더이상의 추가도발 움직임을 자제하고 유화적 태도를 계속 견지할 경우 연초의 6자회담 재개를 위한 5자의 외교적 교섭 움직임과 맞물리며 대화국면에 강한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미.중이 19일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남북대화를 거친 6자회담 재개 기조를 확인할 경우 남북대화에 급격한 힘이 실릴 가능성이 있고 이는 6자회담 재개에도 추동력을 가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이 조만간 신년 국정연설을 통해 남북관계와 6자회담에 대해 어떤 메시지를 던지느냐가 향후 정세흐름을 좌우할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이미 구랍 29일 외교안보부처 업무보고에서 남북대화의 필요성과 6자회담을 통한 북핵 폐기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이번 연설에서도 같은 기조의 긍정적 메시지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는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물론 남북이 대화 쪽으로의 방향을 돌리더라도 서로의 요구조건과 희망사항이 달라 실제로 대화테이블에 앉기까지의 여정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특히 우리측은 남북 대화테이블에 '북핵'을 의제로 올리자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어 쉽게 접점모색이 이뤄질 지 미지수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제시할 경우 한반도 정세의 큰 물줄기가 대화국면으로 향하면서 6자회담을 다시 열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에 강한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