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와 외교통상부의 29일 새해 업무보고의 중요한 화두는 '통일 대비'다. 북한의 '바람직한' 변화를 유도하고 이를 견인하는 정책을 새해 대북정책의 목표와 과제로 제시했다. 통일준비를 본격화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향후 정부의 대북정책은 종전 상호체제 인정을 통한 교류 · 협력 강화에서 통일기반 강화로 방향이 전환된다.


◆대북정책 '北 변화유도'로 전환

통일부는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구체적인 추진전략으로 △원칙 있는 대북정책 일관성 지속 견지 △북한주민 우선 접근 △상호주의 강화 △국론결집 노력 확대 등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중점추진 과제로 비핵화와 대외개방,민생우선을 통한 북한의 근본적 변화 견인을 꼽았다. 5 · 24 대북제재 조치 지속 추진을 통해 북한 당국의 책임성 · 진정성을 견인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특히 북한 당국과의 대화나 관계 개선보다는 북한주민을 우선하는 대북정책을 구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종전 업무계획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대목이다. 3대 후계체제를 구축하며 변화 조짐이 없는 북한 정권보다는 '북한 주민'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김대중 · 노무현 정부에서 소극적이었던 북한의 인권문제에 적극 개입한다는 원칙을 정하고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북한인권법을 조속히 추진하기로 했다.

외교부는 주변 4강(미 · 일 · 중 · 러)과의 협의를 강화하고 평화 · 경제 · 민족의 3대 공동체 통일방안을 적극 홍보하는 등 북한의 변화유도 정책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특히 중국과의 외교를 강화하기 위해 다차원적 인적네트워크 확충,중국전략연구팀 신설 등을 추진한다.

◆통일 대비 작업 본격화

통일재원(통일세) 확보를 위한 구체안은 내년 상반기 중 입법화가 추진된다. 특히 김대중 · 노무현 정부 때 방만해진 남북교류협력틀을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과당경쟁 · 위장반입 방지를 위해 교역업체 등록제를 실시하고 대금결제 업무취급기관을 지정해 금융거래를 투명화하겠다는 것이다.

개성공단 역시 체류 국민들의 신변안전을 위해 기존의 출입 · 체류 합의를 보완하고 상시통행 등 3통(통행 · 통신 · 통관) 문제를 개선할 방침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북 전문가는 "통일부 보고에 나타난 대북관은 예상했던 것보다 상당히 강도가 세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북한이 반발할 경우 상당한 갈등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변화를 유도한다는 대북정책 기조는 '흡수통일' 준비 논란을 조기에 가열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북한정권이 스스로 변화하기를 기대하기는 이제 힘들다"면서 "이번 보고에서 막판에 빠졌지만 국제사회가 북한의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를 배제하지 않고 추진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통일부 업무보고를 받은 뒤 "일부에서 말하는 흡수통일은 논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시간이 걸려도 평화적 통일을 해야 한다. 가장 바람직한 길은 북한도 중국식 변화를 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