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 당국은 "기상만 좋으면 훈련을 한다"는 단호한 태도를 고수했다. 군 고위 관계자는 19일 "훈련은 고지한 대로 20일 또는 21일 할 예정"이라며 "기상만 좋으면 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외교안보라인 참모는 "우리 영해에서 훈련을 하는 것은 정당한 우리 권리다. 늘 해왔던 훈련이고 북쪽으로 쏘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에 훈련 실시 입장에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할 것이라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결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당국이 사격훈련에 대해 단호한 의지를 밝히고 있는 것은 서해 5개 섬 수역이 자신들의 영해라는 북측 주장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취지도 깔려 있다.

군이 사격훈련 날짜를 결정하는 데 기상조건을 가장 고려하는 것은 포탄의 해상 탄착점을 관측하고 북한군의 동향을 원활하게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해상사격훈련 구역은 연평도 서남방 가로 40㎞,세로 20㎞로 설정했다. 이 구역 내에 임의로 정한 해상의 특정지점에 K-9 자주포와 105㎜ 견인포,벌컨포,81㎜박격포 등을 '일제타격(TOT · time on target)' 식으로 발포하게 된다. 탄착지점으로 포탄이 낙하됐는지를 육안 등으로 쉽게 관측하는 데 날씨가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군은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한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북한이 방사포 등으로 연평도를 또 공격할 경우 새로 배치한 대포병레이더로 사격원점을 찾아내 K-9 자주포와 신규 투입한 다연장로켓(MLRS)으로 응징할 방침이다. 우리 쪽 대응 사격에 포격전이 계속되거나 북한군이 후방에 있는 사거리 60㎞의 240㎜방사포까지 동원하면 비상대기 중인 공군 F-15K와 KF-16 전투기가 출격해 타격할 가능성이 높다. F-15K에는 최대 사거리 278㎞의 지상공격용 미사일 AGM-84H가 장착돼 있다. 우리 전투기가 공격하면 북한 미그 전투기가 출격,공중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군의 이 같은 강력한 응징 방침에 따라 북한군은 연평도를 직접 공격하기보다 북방한계선(NLL) 남쪽 해상에만 포격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훈련에 20여명의 주한미군(지휘통제 · 통신 · 의료지원 병력)과 군사정전위 및 유엔사 대표들도 참여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NLL 남쪽에 사격할 경우 우리 군은 북한 포탄이 NLL을 넘어왔다는 이유로 포격 원점을 타격할지 아니면 NLL 북쪽 해상에 대응 사격을 할지는 유동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군이 사격훈련을 20~21일 중에 감행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사격훈련에 반대하고 있는 러시아의 요구로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20일 긴급 소집되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한 · 미 · 일'과 '북 · 중 · 러'의 외교적 대치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장진모/홍영식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