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부터 시작된 2011년도 부처별 업무보고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명박 대통령 왼쪽에 여성이 앉는다는 점이다.

17일까지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고용노동부,지식경제부 · 중소기업청,공정거래위,교육과학기술부,방송통신위,문화체육관광부 등 부처의 업무보고가 끝났다. 이 중 공정위를 제외한 부처 업무보고 때 이 대통령의 오른쪽엔 김황식 총리나 부처 관계자가 앉고 왼쪽엔 항상 '여성 대표'가 자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업무보고장에 민간 전문가 30~40명이 참석하는데 토론 때 여성에게 발언 기회를 많이 주라는 이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며 "여성 배려 차원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들의 출신은 다양하다. 기업체 대표,자영업자,사회적 기업 대표,교사,성우,이주 여성 등으로 부처별 업무보고 성격에 맞췄다.

재정부 업무보고 때 이 대통령 옆자리에 자리한 신미남 퓨얼셀파워 대표는 미국 노스웨스턴대 재료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했고 맥킨지의 캐나다 토론토 사무소와 서울 사무소에서 경영컨설턴트로 활동했다. 2001년 연료전지 전문기업인 퓨얼셀파워를 설립,현재까지 최고경영자로 일하고 있다.

고용부 업무보고에는 이지혜 오가니제이션요리 대표가 참석했다. 오가니제이션요리는 청소년,여성,다문화 이주 여성 등 취업 취약계층에 요리를 강습하고 있으며 2008년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다. 지경부와 중소기업청 보고 때는 이도희 동반성장위원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 위원은 방송 통신 모바일 등 분야의 보안솔루션 및 관련 서비스 시스템을 공급하는 디지캡 대표를 맡고 있다.

교과부 보고에 참석한 김지현 서울 광운중 교사는 과학 교과서에 실린 '공룡의 뼈'사진이 공룡이 아니라 원시 포유류의 화석이라는 쌍둥이 제자의 주장을 확인한 뒤 정정된 내용을 가르칠 수 있도록 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방통위 업무보고엔 tvN '롤러코스터'의 화제코너 '남녀탐구생활'에서 독특한 내레이션으로 인기를 끈 성우 서혜정씨가 참석했다.

문화부 업무보고엔 이 자스민 물방울나눔회 사무국장이 이 대통령과 나란히 앉았다. 물방울나눔회는 어려운 형편의 이주 여성을 돕기 위해 국내 최초로 이주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모임이다. 이 자스민씨는 필리핀 명문 의대 출신으로 남편과 아들,딸과 함께 한국에 정착해 방송사 패널과 한국어 강사,강연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남편이 지난 8월 급류에 휩쓸린 딸을 구하려고 뛰어들었다가 심장마비로 숨지면서 시련을 겪기도 했다. 금융위 업무보고 땐 서민지원 정책 취지에 맞춰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재희씨가 초청을 받았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