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따라 한반도 긴장이 높아진 가운데 한국과 미국 일본은 조만간 미 워싱턴에서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굳건한 공조를 과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제안한 6자회담 수석대표 회의 중재안을 거부한 3국은 북한이 즉각 핵을 포기하고 도발 행위도 중단토록 하게끔 중국을 압박할 전망이다.

◆백악관,"북한이 진정성 보여야"

로버트 기브스 미 백악관 대변인은 29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도발 행위 중단과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 한 6자회담 당사국의 회동은 PR활동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이 긴급 제시한 6자회담 수석대표 회의를 사실상 강한 톤으로 거부한 것이다.

기브스 대변인은 "(6자회담은)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니다"며 "회담에 참여하는 모든 당사자들이 의제에서 진전을 이루겠다는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는 중국이 북한에 불안을 조장하지 말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고,설득할 것을 계속 촉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간 전화회담 일정은 추후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도 이날 "당장의 초점은 북한의 도발을 중단시키는 일"이라고 재확인했다. 북한이 실제 행동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보여야 미국도 이에 상응하는 대응에 나선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마에하라 세이지 일본 외상도 중국의 제안에 대해 "단지 북한이 도를 넘어선 행동을 했다고 6자회담을 연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마에하라 외상은 6자회담의 전제 조건으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이나 연평도 포격 도발과 관련해 북한의 진정과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 미 · 일 3국은 오는 6일 워싱턴에서 이 문제를 놓고 외무장관 회담을 열어 북한이 추가로 도발을 못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라고 중국을 강하게 압박할 것이라고 일본 닛케이뉴스통신이 보도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3국 회동에 대해 한 · 일 양국과 상의하고 있다고만 전했다.

◆북 · 중 고립 구도로 급선회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을 정면 비난하는 공식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홈페이지에 "러시아는 북한이 한국 영토에 대한 포격과 그에 따른 사상자 발생과 관련해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러시아가 북한의 연평도 도발과 관련해 "포격을 주도한 자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낮은 수준의 비판을 한 적은 있지만,'공격자'라며 강도 높게 비난한 것은 처음이어서 주목할 만한 변화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전보다는 확실히 진화(進化)한 것으로,의미를 둘 만한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일부에선 한 · 미 · 일 대 북 · 중 · 러로 전개됐던 최근의 외교적 대립 구도가 점차 북 · 중을 포위하는 쪽으로 변화하는 새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특히 금주부터 본격화되고 있는 안보리 회부 논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이관우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