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4월 인민경제계획법을 개정, 국가가 주도하는 사회주의식 계획경제 체제를 다시 강화한 것으로 확인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이번 법개정은 작년 11월 말 실시된 화폐개혁과 올해 1월 중순 시행된 시장폐쇄 조치에 이어 국가에 의한 경제ㆍ사회적 통제 강화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북한은 시장통제 조치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경제 분야에서 국가의 권위 회복을 시도했다"면서 "계획경제 시스템을 다시 강화하는 내용의 인민경제계획법 개정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의 북한에서 이런 `반(反)시장적' 처방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이미 화폐개혁과 시장폐쇄의 잇단 실패로 입증됐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실제로 북한은 화폐개혁에 대해 채 석달도 버티지 못하고 실패를 자인했다.

지난 2월 김영일 당시 내각 총리가 평양시내 인민반장들을 모아놓고 화폐개혁의 부작용에 대해 사과한 데 이어 3월에는 박남기 전 노동당 계획재정부장이 책임자로 몰려 처형됐다.

또 국가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 올해 초 갑자기 시장폐쇄 조치가 내려져 각종 물품 가격이 폭등하는 등 부작용이 잇따르자 그 다음달 종합시장 운영과 상품 거래를 전면 재허용했다.

양문수 교수는 "공식적으로 북한은 경제적 관리와 통제를 유지한다는 입장을 취해왔지만 현실과 궤리가 컸다"면서 "지금은 국가 계획경제 시스템의 상당 부분을 시장이 대체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법을 고친다고 해서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경제시스템의 근간을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일정 부분 사회적 통제를 강화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인민경제계획법 개정이 작년 1월 김정은(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의 후계자 내정 직후 이뤄졌다는 사실도 그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는 지적이다.

다시 말해 국가가 공장, 기업소, 협동농장 등 생산단위별 목표를 엄격히 관리하면 노동자들이 일터를 벗어나 개인적 돈벌이에 전념하기는 어려워지기 때문에 간접적인 주민 통제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북한이 지난 3월 `평양시 관리법'을 개정, 평양 주민들의 시민증 지참을 의무화하고 내각과 국가계획위원회에 평양시에 대한 관리감독권을 부여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조명철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은 "원자재와 인력을 제대로 공급하지도 못하면서 생산단위별로 목표 관리를 한다는 것은, 생산목표 달성보다 사회통제를 겨냥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면서 "과거 김정일 후계체제를 다질 때도 여러가지 형태의 사회적 동원을 통해 기강을 잡으려는 조치들이 이어졌다"고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j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