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슈퍼마켓(SSM)법안의 국회처리가 꼬여가고 있다. 여야가 약속했던 10월 유통법,12월 상생법 처리 합의가 깨진 뒤 대치가 격화되고 있다. 예산국회와 맞물려 두 법안의 장기표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26일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 체제 이후 처음으로 여야 합의가 깨졌다"며 전날 민주당이 유통법 상정을 무산시킨 데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민주당 내 일부 지도자들이 SSM법에 대해 제대로 이해도 하지 않고 공부도 하지 않고 무조건 여당이 하는 일에 강경한 주장을 많이 해 민주당 원내대표단도 합의 사안을 파기할 때 괴로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합의 파기의 원인을 야당 내 강경파로 돌리면서 박 원내대표와의 협상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전날 "상생법은 통상 마찰이 우려된다"며 난색을 표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도 이날 "여야 합의를 존중하겠다"고 지원사격에 나섰다.

하지만 민주당 내 분위기는 냉담하다. 박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유럽의회 비준을 이유로 상생법은 뒤로 미루는 순차처리를 주장한다. 정작 유럽의회는 한 · 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일정을 미루고 협정을 위반하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법안 통과를 준비하고 있다. 따라서 여당의 순차처리 명분이 사라진 것 아니냐"며 동시처리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당내에서는 SSM법을 둘러싼 원내 지도부의 전략 미스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정부의 상생법 통과에 대한 기조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순차처리에 합의했다는 지적이다. 당장 중소상인협회가 항의 방문하는 등 중소상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정동영 최고위원 등과 진보진영도 순차처리에 반대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순차처리 합의 후 소상인들과 당안팎의 반발에 '아차'싶던 터에 김 본부장의 발언을 빌미로 입장을 바꾼 것"이라며 "유럽의회 내 상황변화까지 발생한 만큼 순차처리는 물 건너간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