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여성 일자리 확대와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물론 기업들도 중규직인 유연근무제 도입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갈길이 멀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현재 36개 중앙 행정기관과 지방 자치단체에서 모두 6365명이 중규직으로 근무 중이다. 경찰청은 경찰관이 근무 시간과 방식을 선택하는 '치안 맞춤형 유연근무제'를 내달 1일부터 시범 운영키로 했다.

정부는 유연근무제를 공기업들로 확산시켜나갈 계획이다. 현재 일부 공공기관에서만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내년 초부터는 모든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민간 기업들도 하나둘 중규직 확대에 나서고 있다. 대한항공과 유한킴벌리 삼성SDS 한국휴렛팩커드 한국IBM KT 등이 시차출퇴근과 재택근무 등의 형태로 일부 직원들 대상으로 시행 중이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KT 보안관제팀의 김은주 대리(32)는 최근 임신을 하자 재택근무를 신청했다. 김 대리는 "컴퓨터를 통해 회사의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고 메신저로 동료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해 일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 LGU+(유플러스)와 NHN도 유연근무제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걸림돌도 있다. 회사 측 입장에서는 시간제근무를 확대할 경우 생산성 향상 효과가 있지만 당장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연근무자들은 일하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 받는 월급은 작지만 산재 의료 고용보험은 물론 국민연금 등의 지원에서는 정규직과 같은 대우를 받는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세제 혜택을 확대하면 기업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