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 행안장관 빈소 찾아 국민훈장 추서
민주당 원내대표단, 천안함 유족도 조문

고(故)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빈소를 사흘 동안 의연하게 지키던 수양딸 김숙향(68)씨도 끝내 주저 앉아 통곡했다.

12일 오전 황 전 비서의 입관식이 진행된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은 염이 시작된 지 얼마 안돼 순식간에 울음바다가 됐다.

이날 입관식은 상주 김씨와 탈북자동지회를 비롯한 탈북자 단체 관계자 등 2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1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장의사들이 황 전 비서의 깡마른 시신에 발부터 삼베 수의를 입히자 유족과 장의위원회 관계자들은 조용히 흐느끼기 시작했다.

흰 제단 위에 누운 황 전 비서의 얼굴이 조금씩 보이자 참관자들은 "세상에" "어떻게 해"라며 오열했고 입을 다문 채 굳은 표정으로 지켜보던 상주 김씨도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훔쳤다.

머리카락을 뒤로 가지런히 빗어넘긴 황 전 비서는 입을 조금 벌린 채 평온하게 잠든 모습이었지만 사망 당일 부검을 한 탓에 턱 부분을 절개한 자국이 선명히 드러나 있었다.

상주 김씨는 차갑게 굳은 황 전 비서의 양쪽 어깨를 주무르고 볼에 손바닥을 갖다 대보고서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오열했고, 다른 참관자들도 "아버지" "편하게 가세요"라며 울부짖었다.

얼굴을 포함한 온몸을 다시 수의로 감싸는 동안 김씨는 "불쌍한 사람" "이럴 수는 없어"라며 통곡하다가 끝내 주저앉고 말았다.

황 전 비서의 시신은 "좋은 사람들과의 기억만 가져가시길 빈다"는 장의사의 말과 함께 오동나무 관에 담긴 채 염습실을 빠져나갔다.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오후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유족을 위로하고 황 전 비서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했다.

맹 장관은 "유족과 장의위원회로부터 황 전 비서가 고향에 가서 묻히고 싶어해 국립현충원에 안장했다가 통일이 되면 고향에 모시겠다는 말을 들었다"며 "유족이 원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황 전 비서가 별세한 지 사흘째인 이날도 각계의 조문 행렬이 계속 이어졌다.

장의위원회 명예위원장을 맡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오전에 조문했고 임태희 대통령실장,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오세훈 서울시장도 빈소를 찾아 고인의 넋을 기렸다.

민주당은 손학규 대표를 대신해 양승조 비서실장이 조문했고 오후에는 박지원 원내대표와 박기춘 원내 수석부대표, 조영택ㆍ전현희 원내대변인 등 당 원내대표단이 빈소를 방문했다.

이정국씨 등 천안함 전사자 유족도 밤늦게 조문하고 유족을 위로했다.

한편,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정당 대표가 장의위원장을 맡는 게 부적절하다"며 장의위원회 공동위원장을 고사했다고 위원회가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te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