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요 언론은 10일 북한의 주체사상을 이론적으로 확립했던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아이러니하게도 북한 노동당 창당 기념일에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서울발 인터넷판 기사에서 "과거 북한 최고의 이론가이자 김정일(위원장)의 멘토였던 황장엽 씨가 평양에서 대규모 군사 열병식이 있던 날 죽음을 맞이 했다"면서 "그는 노동당 창당에 기여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황장엽 씨가 한국으로 망명한 후 그의 부인과 딸은 자살을 했고, 아들과 또 다른 딸, 손녀들은 수용소로 보내졌다며 황 씨의 곡절많은 삶도 소개했다.

CNN방송도 연합뉴스를 인용한 서울발 기사를 통해 황 씨의 사망 소식을 전하면서 그가 과거에는 북한의 김일성, 김정일 부자와 긴밀한 사이였다고 보도했다.

CNN방송은 "황 씨는 망명 후 북한을 비판해 왔으며, 특히 지난 봄 워싱턴에 왔을 때는 군사적 행동 보다는 '이념 전쟁'을 통해 북한의 공산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보수성향의 폭스뉴스는 자체 인터넷 홈페이지에 AP통신을 인용, 황장엽 씨의 사망소식을 주요 뉴스 가운데 하나로 보도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도 인터넷 기사를 통해 "평양의 '공적 1호' 황장엽씨가 87세를 일기로 자연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황장엽 씨가 주체사상의 설계자였으나, 망명 후 공개적으로 북한을 비난해 왔기 때문에 북한으로부터 수 많은 살해기도와 협박에 시달려야 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연합뉴스) 고승일 특파원 ks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