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활동 둘러싸고 외교적 마찰..넉달만에 최종 해결국면

지난 6월 이후 넉달을 끌어온 리비아와의 외교갈등은 국가정보원 직원의 정보활동을 둘러싼 의견 차이로 불거졌다.

당시 리비아측은 국정원 직원이 리비아의 무기목록 등 군사정보를 수집해 이를 미국과 이스라엘에 넘기려고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이 직원을 추방했다.

반면 우리측은 수차례 정부 대표단을 보내 "한국 방위산업체의 수출에 도움을 주기 위한 통상적인 정보수집 활동"이었다고 설명했으나 협의는 쉽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이 지난 7월 6∼13일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직접 리비아를 방문, 갈등 해결에 나섰으나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채 돌아와야했다.

국가 고위급 인사의 친인척이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는 리비아 정서를 감안한 조치였지만 무아마르 카다피 최고 지도자를 만나지 못했다.

양국간 불협화음은 여러 통로를 통해 나타났다.

리비아 경제협력대표부 직원 3명은 지난 6월 일방적으로 사무실을 폐쇄하고 본국으로 휴가를 떠나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은 상태다.

또 한국인 선교사 구모씨와 농장주 전모씨가 각각 지난 6월과 7월 리비아 종교법 위반으로 현지 보안당국에 체포돼 구금 중이다.

정부는 "국정원 직원과 선교사 문제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강조했으나 리비아 보안당국은 이들에게 종교법 위반뿐 아니라 간첩활동 연계 혐의를 적용해 조사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리비아는 체포 한달이 훨씬 지난 8월7일에야 구씨와 전씨를 일반 구치소로 이감하고 첫 영사접근과 가족면담을 허용했다.

이들의 가족을 비롯해 영사업무 중단으로 불편을 겪던 리비아 진출 우리 기업들은 발을 동동 굴렀지만 사태는 좀처럼 해결되지 않았다.

리비아 전력청이 대우건설과 발전소 건설공사 계약을 체결 소식과 구씨와 전씨의 가족면회와 영사면담 성사 등이 한때는 외교마찰의 해소 신호로 여겨지기도 했으나 그 이상 진전을 보지 못했다.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한 신각수 외교통상부 장관 직무대행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뉴욕에서 무사 무함마드 쿠사 리비아 외교장관과 회담을 갖고 양국관계 정상화 방안을 협의했지만 이 역시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신 장관대행은 양국 갈등의 원만한 해결을 요청했으나 쿠사 외교장관은 "귀국후 검토해 보겠다"는 원칙론적 입장만 밝혔다.

결국 이상득 의원이 다시 리비아를 방문, 카다피 지도자를 직접 만나 양국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하면서 수교 30주년을 맞은 양국관계는 또 다른 장으로 들어서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noma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