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살리기 사업에 따라 건설되는 칠곡보를 기준으로 하류는 수심이 6.3m를 넘지만 상류는 2~4m밖에 안 됩니다. 화물선 운항은 사실 불가능한 거죠."(낙동강 함안보 현장 관계자)

"거꾸로 말하면 부산 앞바다에서 대구 왜관까지는 배가 다닐 수 있다는 얘기지요. "(박재현 인제대 토목공학과 교수)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둘러싸고 반대 측이 제기했던 가장 강력한 주제 중 하나는 '운하 준비작업 여부'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홍수 예방,수질 개선,생태계 보전,지역경제 활성화 등은 속속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4대강 인근 광역지방자치단체장과 기초지방자치단체장 대부분이 사업을 요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운하 건설 전초전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반대 측 "마음만 먹으면 운하된다"

야당과 일부 환경단체 등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측은 한반도 대운하 구상의 1단계 실행계획이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박재현 교수는 "4대강 사업으로 들어서는 보 위치,강폭,수위 조절 계획 등이 대운하 추진 때와 거의 일치한다"고 말했다. 그는 "4대강 하천정비계획이 4대강 사업으로 탈바꿈하면서 준설량이 2억2000만㎥에서 5억2000만㎥로 크게 늘어나고 보의 개수도 5개에서 16개로 증가한 점도 이런 심증을 강하게 만드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그만큼 물을 많이 가두게 돼 화물선을 띄울 수 있는 운하 구간을 마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운하반대교수모임'을 이끌고 있는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지 않는다는 정부 주장에 대해 "낙동강의 보와 보 사이 구간에선 배가 다닐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유원일(창조한국당) 의원실이 발간한 '4대강 사업 현장조사 보고서'를 통해 이런 주장을 폈다. 박 교수는 "낙동강의 보와 보 사이 길이가 평균 30㎞ 정도 된다"며 "경인운하 길이가 18㎞이므로 낙동강 보 구간은 운하라고 봐도 될 만한 규모"라고 말했다.

박재현 교수는 낙동강과 한강의 강폭을 대부분 300m 이상으로 넓히고 곡선 구간에 쌓인 모래톱을 깎아내는 것도 운하를 위한 토목 공사라고 단언했다. 그는 "낙동강 지류인 밀양강과 화포천이 합류하는 수산이란 곳에 모래톱이 상당한 규모로 있는데 이를 다 깎아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4대강의 자연스런 강변 모양을 그대로 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구간별로 보면 그렇지 않은 곳이 많다고 지적했다.

허재영 대전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지금 4대강 사업은 대운하 수준은 아니지만 필요에 따라 강바닥을 더 준설하고 보 옆에 수문을 설치하면 운하로 만드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현장 관계자 "공사계획상 운하 어렵다"

4대강 사업 현장 관계자들은 공사가 이뤄지는 곳에 직접 와보지도 않고 펴는 정치 공세라고 평가절하했다. 낙동강 함안보 공사를 맡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 측은 "칠곡보 아래쪽은 수심이 6m 이상이어서 배가 다닐 수 있지만 하천 둔치와 강바닥을 완만한 경사로 준설하기 때문에 선박 운항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금강 금남보의 박태균 현장소장은 "배가 보를 지나가려면 갑문을 설치해야 하는데 공사계획에는 그런 내용이 전혀 없다"며 "운하용 보와 일반 보는 철근콘크리트 단면부터 다르기 때문에 운하로 만들려면 현재 건설 중인 보를 부수고 다시 건설해야 한다"며 반박했다.

박 소장은 또 "배가 회전을 할 때마다 굉장히 센 물살이 발생하기 때문에 배가 다니려면 강을 직선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며 "4대강은 옛날 물길 그대로 유지하는 식으로 개발되고 있어 운하용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포보 공사현장 관계자도 "이포보 부근 수심은 준설을 해도 3m 정도에 그쳐 유람선이 아닌 대형 선박이 운항할 수 있는 정도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 측은 대운하라면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해야 하는데 4대강 사업에는 그런 내용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재붕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부본부장은 "4대강 전체 구간 중 수심이 6m 이상 되는 곳은 전체의 26.5%에 그치며 낙동강도 61% 정도에 불과하다"며 "구간별 수심이 평균 2.5~6m이고 수심도 일정하지 않아 화물선 운행은 힘들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부 구간에 유람선이 다닐 수는 있지만 그렇더라도 운하와는 거리가 멀다"고 거듭 말했다. 이 부본부장은 또 "이번 4대강 사업에선 교량 철거나 신설 계획이 없고 배가 정박할 터미널도 설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