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이재오.김문수, 범상치 않은 광폭 행보
정몽준.오세훈 암중모색..안상수 여권의 다크호스
野 `빅3' 정세균 손학규 정동영 날 선 각축전

여야 잠룡들이 최근 정치적 기지개를 켜면서 본격적인 경쟁체제에 돌입할 태세다.

특히 지난 8.8개각에서 `블루칩'으로 평가받았던 김태호 전 국무총리 후보자가 낙마한 이후 정치권 세력판도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면서 차기 대선주자들의 정치적 행보에 탄력이 붙고 있는 형국이다.

우선 여권 내에서는 최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이재오 특임장관, 김문수 경기지사 등 3인의 정치적 행보에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그동안 조용한 행보로 일관해왔던 박 전 대표는 최근 소속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에서 거시경제에 대한 `박근혜식 경제화두'를 잇따라 던져 주목을 받았다.

지난 6월 기재위 첫 회의에서 복지와 국민화합을 중심에 둔 경제발전을, 지난 2일에는 국가재정 운용의 투명성을 강조, 그동안 상당한 `경제내공'을 쌓았음을 과시했다.

박 전 대표는 지난달 23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 이후 공개 활동에도 부쩍 나서고 있다.

지난 8일에는 고(故) 박정희 대통령의 과학정책을 재조명한 `과학대통령 박정희와 리더십' 출판 기념회에 참석한 데 이어 10일에는 대구시와 당정협의를 위해 대구를 찾았다.

이어 이 대통령과의 회동 이틀 뒤인 지난달 23일에는 친이(친이명박)계 핵심 의원들과 오찬을 함께 했고, 오는 14일에는 나경원 최고위원이 주선한 여성의원 오찬 모임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7.28재보선에서 여의도에 복귀하자마자 8.8개각에서 특임장관으로 발탁된 이 장 관은 아예 여의도를 무대로 본격적인 `특임 활동'에 나선 모양새다.

그는 정치권은 물론 경제계.노동계와도 본격 소통에 나서는 한편, 이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 내건 `공정한 사회 구현'의 전도사역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이 장관은 지난 10일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김영선 구상찬 이혜훈 의원 등 수도권 친박(친박근혜)계 의원 3명과 오찬을 함께 하는 등 당내 친이-친박간 화합의 물꼬를 트는데도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그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90도 직각인사'와 지하철 출.퇴근 등을 통해 예전 `투사 이미지'를 벗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그는 라디오 방송에서 "지금까지는 투쟁하는 정치를 통해 이뤘다면 이제는 넉넉하고, 섬기고, 배려하고, 포용하는 정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문수 경기지사도 최근 일련의 `광폭행보'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최근 청와대와 잇따라 각을 세우는가 하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트위터'에 매일 서민 취향의 글을 올리고 질의.응답을 통해 호흡하면서 서민 이미지 쌓기에 주력하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 10일에는 한나라당 차명진.김세연 의원이 국회에서 개최한 `지방행정체제 개편,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 참석, 이승만.박정희.노무현 전 대통령을 거론하면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지적했다.

이어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법'에 대해 "1천15년 전 고려시대에 생겨 조선총독부와 김일성.김정일도 없애지 못한 도(道)를 없앤다는 법안이 어떻게 나오느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와 이 장관, 김 지사 등 3인의 활발한 정치적 행보에 가려져 있지만, 정몽준 전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도 6.2지방선거 패배로 인한 시련 속에서도 차기 대권을 향한 `암중모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대표는 6.2지방선거 패배에 따른 당대표 사퇴 후 지역구 활동과 월드컵 한국 유치를 위한 해외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지난 7일 파라과이에서 남미축구연맹 최고훈장을 받고 귀국했다.

그는 오는 12월2일 월드컵 개최국 선정 때까지는 월드컵 한국 유치활동에 몰입한다는 방침이다.

정 전 대표의 정치재개 시점은 내년 초가 될 것이라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오 시장은 서울시의회가 민주당이 장악, `여소야대(與小野大)'로 바뀌면서 자신의 핵심 정책들이 잇따라 제동이 걸리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른바 `재선 후유증'을 겪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오 시장이 당장 고초를 겪고 있지만, 난관을 극복하고 서울시정을 원만히 이끌 경우 정치적으로 한층 성장하면서 차기 대선가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의 경우 본인이 직접 차기 대선을 겨냥한 행보에 나서기 보다는 `킹 메이커'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많지만 상황 변화에 따라 직접 무대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여권 내에선 강력한 `다크호스'인 셈이다.

일각에선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원희룡 한나라당 사무총장, 홍준표 나경원 최고위원 등도 잠룡의 대열로 뛰어들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한편 야권도 10.3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리면서 정세균 전 대표와 손학규 정동영 상임고문간 `3각 각축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들은 11일 전남 광주를 시작으로 27일 경기도까지 시.도당 개편대회를 여는 한편 방송사 토론회도 10차례 정도 추진, `흥행몰이'를 시도할 예정이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차기 당대표가 향후 민주당 대통령 후보 선출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대 결과에 따라 `빅3'의 운명이 엇갈리면서 당내 역학관계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기자 jo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