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 동선이 언론 매체들에 의해 하나하나 규명되면서 이제 관심은 후계자로 내정된 아들 김정은의 동행 여부에 집중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28일 중국 소식통을 인용, 김정은이 이번 방중 기간 김 위원장을 수행하고 있으며, 고(故) 김일성 주석의 모교인 지린시 위원(毓文)중학을 김 위원장과 함께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의 동행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그것이 이번 방중의 목적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동행했다면 다음 달 초 노동당대표자회에서 그에게 보직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후계자 지명을 공식화하기 앞서 중국 지도부와 상견례를 시키는 한편 `3대 세습'에 대한 지지를 구하는 것이 이번 방중의 목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의 동선이 26일 선친의 모교인 위원중학과 6.25 참전 인민해방군 장병의 묘가 있는 베이산(北山)공원(이상 지린 소재)을 거쳐 29일 하얼빈(哈爾濱)의 항일 유적지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이번 방중을 김정은과 연결짓는 해석에 흥미를 더한다.

특히 김 위원장이 숙박 장소로 택한 하얼빈 타이양다오(太陽島)에는 김일성 등 북한 공산주의자들이 중국 공산당원들과 손잡고 만주에서 항일무장투쟁을 벌였던 `동북항일연합군'의 기념관이 있다.

이런 점으로 미뤄 후계자에게 `후견인' 역할을 해줄 중국과의 혈맹관계가 어디에 뿌리내리고 있는지를 직접 보여주는 것이 이번 `깜짝 방중'을 기획한 김 위원장의 의중일 것이라는 추정도 제기되고 있다.

또 김정은을 후계자로 공식화한 뒤 대내 선전용으로 공개할 `그림'을 만들려는 목적이 담겨 있을 수도 있다.

김 주석의 항일 유적지 앞에서 김정일.정은 부자가 촬영한 사진 및 영상은 3대 세습 정당화를 위해 `만경대 혈통', `백두의 혈통'에 김정은이 적자라는 점을 선전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귀국길에 오른 것으로 보이는 30일 오전까지 북한.중국 매체의 보도나 사진 등을 통해 김정은의 동행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만큼 그의 동행을 속단할 수 없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북한 내부적으로 `후계자 책봉' 작업이 상당 부분 진행됐을 순 있지만 아직 김정은의 직책과 위상을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를 중요한 외교무대에 데려가는 것은 무리라고 보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은 것이다.

또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수석 연구위원은 "북한에서 향후 김정은이 중심이 돼 이끌어갈 지도부를 구성하기 위한 당대표자회의라는 정치적 대사건을 한창 준비하고 있는 동안 김정은이 장기간 북한을 비운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얼빈연합뉴스) 홍제성 특파원 j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