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재개 탄력 가능성..대북제재 흐름도 강화
관련국 외교전 치열해질 듯..유엔총회 분기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이 마무리되면서 한반도 정세가 예측불허의 기류 속으로 휩싸이고 있다.

'포스트 천안함' 정국의 향배를 둘러싸고 대화 재개흐름과 제재 강화흐름이 강하게 맞부딪히면서 정세의 무게추가 어느 쪽으로 향할 지 모를 유동적 국면이 조성되고 있다.

특히 동북아 외교안보지형의 새로운 틀짜기 흐름과 맞물리며 정세전개의 불가측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천안함 외교전을 거치며 형성된 '한.미' 대 '북.중'의 대립구도가 이번 김정일 방중을 계기로 가일층 심화되면서 앞으로 그려질 정세의 판이 과거와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선 이번 김정일 방중을 계기로 6자회담 재개로 대변되는 대화흐름이 강한 추동력을 받을 가능성에 외교가는 주목하고 있다.

북.중 정상회담에서 후계구도와 6자회담 문제를 고리로 한 '빅딜'이 이뤄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경제지원과 함께 후계구도를 인정받는데 따른 반대급부로서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한 '선물'을 줬다는 얘기다.

북한측 입장을 대변하는 조선중앙통신이 "조중(북중)친선의 바통을 후대들에게 잘 넘겨주는 것은 우리들의 역사적 사명"이라며 후계구도 문제를 언급하고, 중국측 입장을 대변하는 신화통신이 "중국과 긴밀한 대화와 협력을 통해 조속한 시일내에 6자회담을 재개하기를 희망한다"고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입장을 강조한데서 드러나고 있다.

다만 북.중이 6자회담 재개방안에 대해 의견일치를 봤는지와 북한이 그동안 6자회담 재개조건으로 제시했던 제재해제와 평화협정 우선논의를 철회했는 지는 불분명 해보인다.

일각에서는 중국측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북한이 소극적으로 '호응'한 수준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어찌됐건 중국은 북한측의 이 같은 언급들을 중요한 태도변화로 간주하고 관련국들을 상대로 6자회담 재개를 적극 설득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제재국면을 주도하는 한.미에게 상당한 압박으로 다가설 공산이 커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대화재개 흐름에 제동을 걸고 압박기조를 강화하려는 한.미의 맞대응도 커질 태세다.

당장 미국은 31일께 대북 추가 금융제재를 발표할 예정이다.

대북제재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대외적으로 천명함으로써 중국의 6자회담 재개 드라이브에 일시적으로나마 쐐기를 박는 효과를 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기조가 여전히 제재우위 쪽에 가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영선 외교부 대변인은 30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의 대북 정책기조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북한이 '카터 홀대'를 통해 전달한 것으로 보이는 대미 메시지에 대해 미국이 적지않은 불쾌감을 품고 있다는 관측도 한몫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북핵담당 고위당국자들이 조만간 미국을 방문해 천안함 후속대응 차원의 한.미 공조를 재확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와 관련해 관련국과 협의가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의 이 같은 움직임 이면에는 북.중이 이번 김정일 방중을 계기로 '결속' 흐름을 보이는데 대한 반사적 대응의 성격도 띠고 있다는 풀이가 있다.

이에 따라 천안함 이후 외교적 대치전선을 형성해온 한.미 대 북.중 구도가 고착화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당분간 한반도 정세는 제재흐름과 대화재개 흐름이 혼재된 채 뚜렷한 정향성을 잡기 어려운 양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시간의 경과에 따라 한반도 정세의 무게중심이 대화국면 쪽으로 이동하려는 흐름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국 워싱턴 조야에서도 당장은 대북 정책기조에 큰 틀의 변화를 주기 어렵겠지만 '새로운 접근방법'(fresh options)을 모색하는 흐름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대북문제와 관련한 고위급 회의를 소집, 외부 전문가들과 전직 당국자들로부터 새로운 대북 접근법에 관한 의견을 청취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오는 11월 미국의 중간선거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있다.

우리 정부로서도 상황에 따라 미.중간의 대화재개 국면이 조성될 것에 대비한 전략을 검토해야할 상황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1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앞두고 있는 점도 한반도 전체의 긴장완화 국면을 조성시켜야할 정책적 필요성을 낳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해에서 한국과 미국이 군사훈련을 하는데 맞서 중국군도 9월1∼4일 칭다오시 남동쪽 바다에서 실탄훈련을 진행하는 등 관련국간 신경전도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내달 초순으로 예정된 북한의 노동당 대표자회도 중국 방문을 마친 김정일 위원장이 이끄는 북한의 향후 행보를 알 수 있는 주요이벤트이다.

특히 권력승계의 속도와 북한내부의 변화가 주요 관심사다.

이런 맥락으로 볼 때 남북한과 미국, 중국은 9월들어 빠른 속도로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 동북아 전략을 놓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내달 중순 이후 진행될 유엔 총회가 주목된다.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이 모두 모이는 이번 총회에서 한반도 정세가 새로운 협상국면으로 가느냐, 아니면 다른 차원의 대결구도가 강화될지가 드러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