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출석 사유서 제출…"수사내용 국회증언 전례없어"
노환균 중앙지검장ㆍ우병우 기획관도 불출석할듯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데 대해 "내가 나가면 `노무현 청문회'가 되지 않겠느냐"고 발언해 일약 청문회 정국의 핵으로 부상했던 이인규 전 대검 중앙수사부장이 23일 청문회에 나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전 중수부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오늘 오후 국회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검사로서 수사과정에서 인지한 사실을 국회에서 얘기하는 것은 전례가 없었고 앞으로 검찰 수사를 정치적으로 흔들리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불출석 이유를 설명했다.

또 "역사적으로 파장이 컸던 사건으로 국회 증언 때문에 다른 갈등이나 오해가 일어날 소지가 있고 본의 아니게 관계자들의 사생활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대검 중수부장으로 재직하면서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진두지휘했던 그는 당초 청문회에 출석할 마음도 있었으나 이후 마음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그는 "검찰과의 별도 협의는 없었다"며 "처음에는 국회에서 부르는데 당연히 나가야한다는 원칙적인 생각을 했지만 이후 여러가지 영향을 고려해 입장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지난 16일 김 후보자의 '박연차 게이트' 관련 의혹을 검증하기 위한 증인으로 이 전 중수부장과 당시 중수1과장이었던 우병우 대검 수사기획관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김 후보자는 경남도지사로 재직하던 2007년 4월 미국 뉴욕을 방문했다가 한인식당 주인을 통해 박연차 전 태광실업에게서 수만 달러를 건네받았다는 혐의로 지난해 대검 중수부의 소환조사를 받았으나 무혐로 사건이 종결됐다.

이 전 중수부장은 청문회에서 김 후보 관련 의혹 외에 논란을 빚고 있는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의 진위 여부에 대해 증언할 가능성도 있어, 출석 여부가 비상한 관심을 끌어왔다.

한편, 이번 인사청문회의 증인으로 채택된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 등 현직 검사 2명도 모두 출석하지 않는 쪽으로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인사청문특위는 이 전 중수부장과 우 기획관 외에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사찰 의혹과 관련해 노 지검장도 김 후보자의 청문회 증인으로 불렀다.

노 검사장과 우 기획관의 거취 문제를 놓고 심사숙고해온 검찰은 수사 관련 사항으로 현직 검사가 국회 증언대 선 전례가 없고 향후 검찰 수사의 중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 출석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