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청문회 10년이 주는 메시지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지도 벌써 10년이 됐다. 2000년 6월26일 사상 첫 인사청문회(이한동 국무총리)가 열렸으니 이번 주가 딱 10년 2개월 되는 주다. 지난 10년 역사가 입증하듯 한 주 동안 대한민국은 의혹 폭로와 여야 공방으로 꽤 시끄러울 것이다.

매번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국민들의 마음은 이런 몇 가지 질문으로 가득 차지 않을까 싶다. "자기 잘못은 자기가 더 잘 알 텐데 어떻게 장관이 되겠다는 건가. " "저 정도로 문제가 많다면 사퇴해야 하는 거 아닌가. "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전국적으로 망신을 당하는데 기를 쓰고 청문회에 나오는 심리는 뭔가. " "국민이 만만하게 보이는 거야 뭐야"라는 것들이다.

청문회 후보자에 대한 이 같은 부정적인 시각은 괜한 트집이나 정파적 시각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10년간 쌓인 청문회 낙마 사례가 이런 냉소적인 질문을 던지게 했다. 후보자들의 각종 불법,탈법 비리는'이 땅에 과연 공직 정의는 살아 있는가'를 묻게 할 정도로 많았다.

예를 들어 보자.몇 해 전,자녀 명의로 재산을 숨긴 사람이 장관을 하겠다고 나선 적이 있다. 정말 "무슨 배짱으로 청문회에 나온 걸까"라는 의심이 들 정도였지만 그는 '청와대의 지명'을 받았다. 재산축소 사실은 백일하에 드러났고 결국 그는 바로 고개를 떨구고 떠났다. 농사를 짓지도 않으면서 절대농지를 사고 논문까지 표절한 사실이 드러난 후보자도 있었다. 농지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한두 단계 조사로 쉽게 탄로나는 사안이다. 그 후보자는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그 심보는 들통났다.

부인과 자녀의 국적이 외국인데도 통일부 장관을 하겠다고 한 사람도 있었다. 아무리 글로벌 시대이고 청와대의 요청이 있었다지만 그 정도면 한 나라의 통일부 장관이 되기에 부적격자라고 스스로 생각했어야 했다. 일하는데 부인과 자녀의 국적이 무슨 상관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우리의 상식은 그게 아니었다. 병역의혹,탈세,자금출처 불분명,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등 서류 몇 개만 떼어보면 알 수 있는 의혹을 가진 후보자가 비일비재했던 게 지난 10년의 청문회 역사다. 정말 국민이 만만하게 보이는 것일까.

지난 8 · 8 개각으로 청문회 대상이 된 인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청문회 정국인 요즘 국민들의 시선이 왜 이렇게 따가운지,자기 이마에 왜 진땀이 나는지 후보자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야 한다. 거짓말쟁이는 손과 이마에 땀이 나는 법이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고 생각한 후보자가 있다면 더 망신 당하지 말고 사퇴하는 게 옳다. 사퇴해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른다면 지금이라도'자가진단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국민의 눈높이에서 표시해보라.청문회 10년을 겪은 국민은 후보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다. 후보자들은 아내에게도 물어봐야 한다. 남편 몰래 위장전입한 적은 없는지,사둔 농지는 없는지,불법 부동산 투기를 한 적이 없는지….

청문회 방식 등에 대한 비판이 없지 않지만 청문회 10년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청와대의 대충 검증은 꼭 말썽을 일으키고 자신의 불법행위에 스스로 관대한 후보자는 반드시 걸러진다는 것이다. "비록 지명을 받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하니 부적격인 것 같아 사퇴합니다"라고 말하는 후보자가 있다면 우리는 거꾸로 그런 사람을 용서할 수 있다. 청문회는 기본적으로 과거의 잘못을 질타하는 자리지만 용서해주는 자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고기완 사회부장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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