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협정 57주년…군사적 긴장감 '팽팽'
1953년 7월27일 오전 10시 옛 판문점(현재 북한 판문리에 있는 평화박물관)에서 유엔군 대표인 윌리엄 해리슨 중장과 북한군 대표인 남 일 대장이 정전협정문을 상호 교환했다.
3년여에 걸쳐 한반도를 유린한 6.25 전쟁을 마감하는 순간이었다.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57년이 지났지만 한반도에는 여전히 군사적 긴장감이 팽팽하다.
한국과 미국은 4개월전 발생한 천안함 피격사건에 대한 항의표시로 지난 25일부터 항공모함인 조지 워싱턴호와 세계 최강의 전투기로 불리는 F-22, 핵 잠수함 등을 동원해 동해상에서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다.
북한은 천안함 피격사건과 자신들은 무관하다고 주장하면서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공언하고 있다.
엄밀히 말해 현재 한반도는 전쟁이 종식된 것이 아닌 휴전상태에 있다.
역설적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영구히 정착시킬 과제를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유엔군사령부는 27일 오전 판문점에서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정전협정 체결 재연행사를 개최한다.
판문점은 최근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와 북한군 판문점군사대표부가 천안함 사건의 정전협정 위반 여부를 두고 기싸움을 벌이는 곳이기도 하다.
유엔사 군정위는 지난 23일 판문점에서 열린 2차 대령급 실무회담에서 북한군에 천안함 피격사건을 일으켜 정전협정을 위반한 것에 대한 원인을 평가하기 위해 공동평가단을 소집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북한군이 국방위원회 검열단의 천안함 사건 현지조사를 거듭 요구하면서 양측은 평행선을 달렸다.
유엔사는 북한 잠수정의 천안함 공격을 정전협정 제2조 12항과 15항 위반으로 보고 있다.
정전협정 12항은 '적대 쌍방사령관들은 육해공군의 모든 부대와 인원을 포함해 그들의 통제하에 있는 모든 무장역량이 한국에 있어서의 일체 적대행위를 완전히 정지할 것을 명령하고 이를 보장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15항은 '적대 중인 일체 해상군사역량은 비무장지대와 상대방의 군사통제하에 있는 한국 육지에 인접한 해면을 존중하며 한국에 대해 어떠한 종류의 봉쇄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은 천안함 사건 말고도 정전협정에 서명한 이후 1994년 4월말까지 이 협정을 42만5천271건이나 위반한 것으로 유엔사는 집계했다.
특히 북한은 1994년 5월24일 군사정전위원회를 폐쇄하고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를 설치한 이후 노골적으로 정전협정을 무시하고 있다.
현재 정전체제는 1998년 6월부터 가동에 들어간 북한군 판문점대표부와 유엔사 군정위간 '장성급회담'을 통해 유지되고 있으며 지금까지 16차례 개최됐다.
이번 천안함 사건도 장성급 회담을 통해 풀어가자는데 유엔사와 북한군이 원칙적으로 합의했지만 북한이 천안함 피격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개최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천안함 피격사건에 따른 무력시위의 일환으로 한미가 대규모 해상 연합훈련을 벌이고 이에 대해 북한이 '보복성전'을 다짐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어 대치국면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겸 인민무력부장 김영춘은 26일 정전협정 체결 57주년을 맞아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중앙보고대회 연설을 통해 "오늘 조선반도에는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악랄한 반공화국(반북) 대결과 새전쟁 도발책동으로 하여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를 일촉즉발의 정세가 조성되다"면서 "미국의 가증되는 핵위협에 대처해 우리는 새롭게 발전된 방법으로 핵억제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천안함 사건은 한반도의 전쟁이 종식된 것이 아니라 휴전상태임을 입증했지만 역설적으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얼마나 절실한가도 보여줬다.
군사 전문가들은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우선 상대방이 군사적 공격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남북간의 신뢰가 쌓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천안함 피격사건은 남북간 군사적 신뢰를 깨뜨리는 결정적 계기가 됐고 신뢰를 회복하려면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핵무기 보유국 인정을 고집하는 것도 평화체제 구축에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전문가들은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남북간 정치ㆍ군사적 신뢰를 구축하고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주변국들이 한반도의 평화를 보장하는 국제체제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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