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중·고소득층 중심 가계대출 늘었지만 저소득은 금리인상에 취약
-DIT 섣불리 손대면 오히려 가계부실 키울 수 있어 신중해야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4분기 이후 올 1분기까지 우리나라의 가계부채가 48조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미국을 비롯 영국 스페인 캐나다 등 주요국에서 부채조정(deleveraging)을 거쳐 가계부채를 줄인 것과 대조적이다.다만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DTI,LTV운용과 전체 가계부채의 68.3%를 소득 5분위 가운데 3∼5분위(연소득 2485만∼2억원)의 중간 및 고소득층이 차지하고 있어 급격한 부실화 가능성은 낮지만 저소득층인 1∼2분위의 가계대출(30%)은 금리인상 추이에 따라 부실화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19일 발간한 ‘가계부채의 문제점과 정책개선방안’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가계부채는 금융위기 여파로 경제성장률이 2008년 4분기부터 2009년 2분기까지 마이너스를 기록했음에도 꾸준히 늘어 올해 1분기 현재 696조6000억원으로 6분기만에 48조원이 증가했다.2008년 1분기 전년대비 2.7% 증가율을 보인 주택담보대출은 2009년 10%대를 기록한데 이어 올 1분기에 전년 대비 8.1% 늘었다.2%의 낮은 기준금리와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의 유동성 확대가 주요 요인이다.건설사들이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위해 2007년 전년보다 아파트공급물량을 쏟아내면서 집단대출이 크게 늘린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가계 부채 상환능력 갈수록 악화

가계 채무상환능력 지표 중 핵심인 개인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은 2009년 2.33배로 2007년의 2.30배 수준을 회복했다.주식을 비롯한 자산시장의 상당부분 회복된 덕분이다.하지만 개인순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비중이나 이자지급 비중이 증가하는 등 가계의 현금유동성은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개인순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는 2004년 1.14배에서 2009년 1.43배로 늘었다.가처분소득에서 이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4년 3.1%에서 2009년 7.3%로 증가했다.특히 명목 GDP 대비 개인부분의 금융부채비율이 2004년 65.7%에서 2009년 80.4%로 크게 늘어 가계의 채무상환능력이 갈수록 저하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국내 명목 GDP에서 가계빚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현재 83.61%로 미국의 99.41%보다는 낮지만 일본의 78.24%,독일의 64.31%보다는 높은 수준이다.특히 금융위기 이후 2009년 6월 현재 미국의 금융부채 증가율이 2.09%감소하고 일본(-2.44%) 독일(-0.72%)줄어들고 있지만 우리라나는 오히려 5.09% 늘었다.
◆보수적 DTI,LTV로 가계대출 연체율은 상대적으로 낮아
가계대출 연체율은 올해 3월말 현재 0.54%로 2009년 3월말 0.73%로 낮아졌다.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연체율도 3월말 기준으로 0.36%로 전년 동월의 0.56%나 2008년 3월말의 0.49%보다 낮은 상황이다.2%의 기준금리 상태가 17개월동안 유지되는 등 유례없는 초저금기조가 연체율을 낮췄다는 분석이다.여기에 LTV 40∼60%,DTI 40%를 보수적으로 적용한 덕분에 상대적으로 금리정상화로 가계대출금리가 상승하더라도 주택가격의 폭락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다만 지난 9일 기준금리 25bp(0.25%)인상 등 향후의 금리 정상화 과정을 감안할때 기존의 초저금리정책에 따른 낮은 가계대출 연채율로 가계신용위험을 평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권은 신용등급 상위계층의 가계대출비중이 492조원으로 72.3%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데 반해 상호금융기관은 신용등급이 낮은 층이 전체 가계대출의 56.1%를 차지하고 있어 급격한 금리상승과 소득감소와 같은 거시경제변화시 가계부채가 급격히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취약한 가계부채 구조 개선필요

주택담보대출의 90%이상 변동금리형인 것도 불안요인으로 꼽힌다.2009년 1분기 기준 변동금리기준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90.4%에 달한다.이는 미국과 프랑스의 30%,독일의 16%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으로 국내 가계가 금리인상에 매우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는 의미다.만기구조도 선진국은 대부분이 20∼30년의 장기인데 반해 국내는 10년 이내 비중이 48.3%를 차지하고 있다.뿐만 아니라 10년 이상 대출도 분할상환 대신 만기이전까지 이자만 내는 구조가 많아 한꺼번에 원금을 상환해야하는 부담이 크다.3년 이내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2005년 57.1%에서 점차 하락,2009년 33.3%로 떨어졌으나 2009년 현재 36.5%로 다시 증가추세다. 단기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성 대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2009년 9월말 현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260조원으로 이중 일시상환대출은 112조원으로 43.1%를 차지하며 분할상환대출은 148.1조원으로 56.9%다.일시상환대출 112조원 가운데 40%인 44조7000억원이 올해중 만기가 도래한다.만기규모는 2008년 44조3000억원,2009년 43조3000억원에 비해 크지 않은 편이며 지난해 만기연장률이 95%인점을 감안할때 원금상환이 도래하는 대출규모는 연말까지 7조원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문제는 거래경색으로 인한 주택가격 하락과 이에 따른 담보가치 감소에 따른 대출규모 감소로 차환조달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차환조달이 어려워 주택처분이 쏟아지는 악순환이 이어질 경우 주택시장 기반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정부가 일시상환대출의 만기를 연장해주더라도 부동산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가계부채의 부실위험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따라서 3개월 미만 단기연체자가 금융채무불이행자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하기위해 도입한 ‘사전채무조정제도’(Pre-workout)의 기한을 추가 연장하는 한편 단기로 자금을 조달해 변동금리로 가계대출을 해주는 은행권의 관행변화 등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국회예산정책처 신동진 분석관은 “당장의 거래활성화를 위해 DTI 규제를 완화할 경우 가계부채를 더욱 키울 수 있어 신중해야한다”며 “그보다는 장기 고정금리의 주택담보대출에 한해 소득공제혜택을 제공하는 한편 은행권이 장기주택대출을 고정금리로 분할상환하는 상품을 만들도록 유도하는 등 소비자의 차입행태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