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 공장 연구개발단지 등을 지으려 했던 기업들도 기존 사업장 내 여유 부지 활용과 대체 부지 선정 등 대안 마련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새로 선출된 부산 대구 인천 등의 지방자치단체장들도 벌써 기업 유치전에 뛰어들어 기업들의 대체 부지 선정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여희광 대구시 기획관리실장은 "대구로서는 지금이 좋은 기회"라며 "괜찮은 투자 요건을 제시해 기업들이 대구에 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은 조만간 김순택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장을 중심으로 세종시 수정안 불발에 따른 대책을 논의키로 했다. 삼성 관계자는 "급한 사업은 여유 부지에 생산시설을 집어넣어 해결하고,다른 사업은 대체 부지를 찾는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당장 조명 관련 제조시설이 필요한 삼성LED의 경우 기존 공장의 여유 부지를 활용해 수요에 대응할 것으로 알려졌다. 2차전지와 바이오 등 다른 사업들은 시장 논리에 따라 가장 유리한 조건이 부여되는 곳으로 가겠다는 방침이다. 세종시 원안에 수정안에 버금가는 기업우대 정책이 포함될 경우 세종시 입주를 다시 검토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삼성은 다만 과학비즈니스벨트의 전제조건인 중이온가속기 설치가 세종시 입주 여부를 결정하는 중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이 세종시에 조성하려는 태양광 바이오 등 신수종사업을 제대로 육성하려면 대형 연구분석 장치인 중이온가속기 설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화그룹도 시급한 현안인 국방미래기술연구소 건설 문제를 조만간 결정할 계획이다. 현재 대전에 있는 화약 관련 연구소를 확대해 세종시로 이전하려던 계획이 무산됨에 따라 기존 대전 연구소의 규모를 확대할지 아니면 새로운 부지를 물색해 연구소를 이전할지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한화 관계자는 "세종시 계획이 백지화 된 만큼 한화 입장에서는 대체부지 물색을 포함해 재검토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는 급하지 않은 한화케미칼의 태양광 공장이나 대한생명 연수원 등은 지자체의 제의를 받아보고 유리한 곳을 고르겠다는 입장이다.

웅진에너지 제2공장 착공이 시급한 웅진그룹도 조만간 대책회의를 소집해 방침을 정할 계획이다. 웅진은 이미 5개 지자체에서 부지 제공 의사를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시에 식품 · 바이오 연구소를 지으려 했던 롯데그룹은 통합연구소 설립 부지 선정 작업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각종 인센티브가 없어진 상황에서 굳이 세종시로 갈 이유가 없어졌다는 설명이다.

김용준/고경봉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