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대통령과 총리를 흔드는 음모가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10일 정운찬 총리가 지난 9일 이명박 대통령과 독대를 갖고 여권의 인적 쇄신안을 건의하려 했다가 불발됐다는 이른바 ‘거사설’이 나오자 이렇게 말했다.과거 개각을 비롯한 인사철만 앞두면 벌어지는 ‘파워 게임’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정 총리의 ‘거사설’은 이명박 대통령 측근 인사의 입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그 배경을 두고 여러 뒷얘기들이 나온다.뭔가 목적을 갖고 흘렸다는 분석이다.‘7·28 재·보선’이전에 청와대 개편과 개각이 없다고 하자 판을 흔들어 인사 시기를 앞당기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것이다.청와대 참모들 견제용이라는 설도 나온다.정권 실세와 여당 소장파 일부,총리실 일부 고위 인사도 개입돼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돌고 있다.친이 비주류 세력이 지방선거 패배를 고리로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 인적개편을 유도함으로써 주류 세력의 교체를 시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이를 간파하고 청와대 참모들이 정 총리의 독대를 막았다는 해석도 따르지만 청와대는 강력 부인하고 있다.총리가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인사권에 대해 의견을 밝히려 했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일 뿐 아니라 자칫 대통령에 대한 도전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일은 단순히 해프닝으로 넘기기에는 사안이 중대하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수차례 참모진을 개편했다.그때마다 파워게임이 치열했다.청와대 외곽 모 고위 인사는 인사가 있을때 마다 청와대 진입 얘기가 있었으나 내부의 특정인사들이 강력 반대해 번번이 좌절됐다는 소문도 파다하다.2008년 미국산 쇠고기 파문 때 이른바 ‘왕의 남자’들간 권력 다툼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지난해 8월말 인사때 경쟁에서 밀린 일부 참모들이 설욕을 벼르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개각 등을 앞두고 이루 말할 수 없는 많은 투서가 난무한다”며 “상대에 대한 비리 혐의를 ‘6하원칙’을 담은 책을 만들어 제보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