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2 지방선거가 집권 여당의 패배라는 예상 밖의 결과를 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지방선거 이후 본격 추진하려던 각종 경제 현안들이 방향을 잃고 혼돈의 상태로 빠져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재정건전성을 위한 세제개편,영리의료법인 도입 등 서비스 선진화,공기업 연봉제 도입 등 각종 개혁과제,기업 구조조정과 금융 공기업 민영화,기준금리 인상을 포함한 출구전략 시행 등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경제가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이달 말 선거 결과를 반영해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집권 후반기 경제 운용 전략에 대한 포괄적인 밑그림이 담겨진다. 지방선거 패배로 일정 부분 방향 수정이 불가피한 만큼 어떤 형태로 정책의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개혁과제 재시동 불투명

현 정부 들어 추진하다가 중단된 각종 개혁과제들은 재추진이 불투명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영리의료법인 도입을 통한 의료산업 개편 △의사 · 변호사 · 회계사 등 전문자격사 진입 규제 완화 △공기업 연봉제 및 임금피크제 도입 등 공기업 개혁 등을 놓고 야당을 설득해야 하지만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개별 개혁과제에 이해가 걸린 이익집단들의 반대를 넘어서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그러나 기업 구조조정에 대해선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제시된 로드맵대로 밀어붙일 예정이다. 금융당국과 채권은행들은 6월 말까지 금융권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 대기업에 대한 신용위험 평가를 마무리 짓는다. 이달 중순부터 신용공여액 30억원 이상~500억원 미만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신용위험을 평가,11월 말까지 A~D 등급을 매겨 구조조정 대상을 정할 계획이다.

지지부진했던 금융 공기업 민영화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다른 금융지주사와의 합병보다는 정부 보유 지분을 국내외 연기금이나 전략적 투자자 등에 분산 매각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금융당국은 6월 중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반면 지난 2월과 4월 국회 회기에서 처리가 안된 각종 경제 관련 법안들은 처리가 불확실해졌다.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 자회사 소유를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농협의 신용 · 경제사업 부문을 분리하기 위한 농협법 개정안△보험사에 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하기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 등이 대표적이다. 하나같이 야당의 반대가 만만치 않은 것들이다.

◆재정건전성 전면 부상

정부와 여당은 지난 6개월 동안 선거 정국에서 '표심'을 잡기 위한 각종 비과세 · 세금 감면책들을 쏟아냈다. 대부분 의원입법 형태로 발의됐고 정부는 이를 반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선거 결과 이 같은 정책으로 민심을 얻는 데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재정건전성 확보'라는 원점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먼저 예산 고삐죄기에 나설 예정이다. 이미 각 부처에 재량지출을 평균 10% 정도 삭감하는 방안을 6월 말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세수를 늘리는 방안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와 관련,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경기 회복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에 감세와 재정확대 등 기존 정책을 되돌리는 것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둘 것"이라고 말했다. 필요에 따라선 부분적인 증세(增稅)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28조원에 달하는 각종 비과세 · 세금감면 조항 가운데 조세원칙에 맞지 않거나 목적이 달성된 것들을 위주로 대폭 정비하는 방안을 오는 8월께 확정할 방침이다.

◆출구전략 수면 위로

정부와 여당은 선거가 끝난 뒤 출구전략 시행 여부를 본격 검토할 예정이었다. 금리인상의 경우 이미 구체적인 고민에 들어간 모습이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경제상황 차이 등을 감안할 때 출구전략의 (시행)시기는 국가별로 다를 수 있다"고 언급,독자적으로 출구전략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승리를 거둠에 따라 출구전략에 대해서도 야당의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야당은 한국은행의 독립성 강화를 내세워온 만큼 금리 정책에 관한 정부의 개입에 대해 반대할 것으로 보인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