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中에 천안함 대북제재 협조 압박
위안화 절상 논의, 주요의제서 빠질 듯


미국과 중국의 제2차 전략경제대화가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24일 개막됐다.

이틀간 진행되는 이번 전략경제대화는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했다는 우리 정부의 발표 직후 열리는 것으로 미측은 중국측에 대북제재에 대한 협조를 공식 요청할 예정이어서 중국의 반응이 주목된다.

본격적인 회담에 앞서 이날 오전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개막식이 열렸으며 이 자리에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참석, 축사를 했다.

개막식에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천안함 사건에 언급, "(한국의 민.군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 북한 잠수함이 쏜 어뢰로 천안함이 침몰된데 대해 북한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미.중 양국이 천안함 사건에 대한 대북제재에 반드시 공조해야 한다"고 밝혀 천안함 사태가 주요 의제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클린턴 장관은 그러면서 "북한에 도발적인 행동을 중단하고 주변국에 대한 위협적, 호전적인 정책 중단과 한반도 비핵화 실행을 위한 불가역적인 조치, 그리고 국제법 준수를 촉구해야 한다"며 중국을 압박했다.

미.중 전략경제대화는 미측에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중국측에서 다이빙궈(戴秉國) 국무위원과 왕치산(王岐山) 부총리가 공동의장을 맡아 전략대화와 경제대화로 나눠 진행된다.

개막식후 양측 대표단은 댜오위타이로 자리를 옮겨 댜오위타이내 5호각에서 전략대화를, 17호각에서 경제대화를 진행했다.

전략대화에서는 천안함 문제를 포함해 이란 핵문제와 중동문제, 테러대응, 기후변화 협약, 미.중 군사교류 복원 등이 심도있게 논의될 것으로 보이며 미 측은 이와 관련해 중국측에 '책임있는 역할'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천안함 문제와 관련, 클린턴 장관은 23일 다이빙궈 국무위원이 주재한 만찬에서도 한.미 양국은 이를 중대한 정전협정 위반으로 본다는 판단을 전하고 이와 관련한 대북제재에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중국 측은 천안함 사건조사 결과에 대한 평가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아직 그 책임이 북한에 있다는 확신을 갖지 못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고 익명을 요구한 미측 고위관리가 전했다.

중국은 지난 20일 우리 정부의 천안함사건 조사결과 발표후 북한이 검열단 파견 의지를 밝히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각 국에 냉정과 절제를 요구하면서 추가적인 상황 악화 방지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 측의 입장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으나 "상황을 더 지켜보자"는 유보적인 입장을 취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정부는 우리 정부의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후 마자오쉬(馬朝旭)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각 국은 냉정하고 절제된 태도로 유관문제를 적절하게 처리해 한반도 정세의 긴장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현재 조사결과에 대한 검증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정부는 물론 언론매체들도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크게 보도하면서도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언급은 삼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언론은 이명박 대통령의 이날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한 대국민담화 발표를 사실 관계 위주로 긴급 보도했다.

이외에도 미.중 간에 이란 핵 문제가 심도있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미측은 중국측에 안보리 제재 대상에 오른 이란 주요인사와 단체의 재산 동결에 협조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클린턴 장관은 올 초 구글 인터넷 사태, 미국의 대만에 대한 첨단무기 판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달라이 라마 접견 등으로 야기된 미.중 갈등과 관련해선 이전과는 다른 완화된 입장을 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경제.무역 관련 40여개 부처와 기관의 책임자급 고위인사들이 참석한 경제대화에서는 미.중 무역 불균형 해소, 유럽 채무위기에 대한 대응방안 등이 집중 논의된다.

중국의 영자지인 차이나데일리는 다이빙궈 주재 만찬에서 중국은 유럽 채무위기에 대해 중.미 양국의 공동 대응을 강조했으며 미국은 외국기업에 대한 공정경쟁을 주문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셰쉬런(謝旭人) 재정부장은 지난 23일 부처 웹사이트에 "현재 유럽 채무위기가 글로벌 경제회복 과정에서 불안정성의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며 "중.미 양국은 세계 경제회복을 위해 거시 경제 안정성을 보호하고 거시경제정책 조율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클린턴 장관은 베이징 도착에 앞서 상하이(上海) 방문에서 "(국가 간) 무역이 이뤄지고, 이를 통해 혜택을 보려면 국내외 기업이 완전히 자유롭고 공개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장(場)이 마련돼야 한다"며 중국 정부를 향해 공정경쟁을 통한 무역을 촉구했다.

당초 이번 회담에서 위안화 환율 절상 문제가 가장 큰 이슈로 논의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했으나 미.중 양측 모두 이와 관련해서는 언급을 삼가고 있으며 중국 공산당의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이날 위안화 환율 절상 문제가 주요의제에서 빠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베이징연합뉴스) 인교준 특파원 kji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