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건이 후텐마(普天間) 기지 이전 문제 등 일본 국내 정치 사안에 미묘하게 영향을 주고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는 23일 오키나와를 방문한 자리에서 천안함 사건 등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동아시아의 안보 환경에는 불확실성이 많이 남아있다"며 "이런 와중에 해병대 등 주일미군의 억지력을 저하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오키나와현에 있는 주일미군 후텐마 기지를 오키나와 내부로 옮기는 데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고자 천안함 사건을 상기시킨 것.
일본 민주당 정권은 지난해 9월 집권 이후 9개월째 후텐마 기지를 어디로 옮길지를 두고 고심을 거듭해왔다.

2006년에 자민당 정권과 미국측이 합의한 오키나와 내부의 이전지를 부정하고, 제3의 장소 이전을 모색했지만, 이해관계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좀처럼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지지율만 스스로 깎아내린 것.
그러던 차에 천안함 사건이 불거지자 하토야마 총리는 20일 한국 정부가 조사결과를 공식 발표하기도 전에 기자단에게 "한반도가 매우 긴박해지고 있다.

일본의 평화를 위해서도 후텐마 문제를 5월말까지 결론을 내야 한다"며 문제 해결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급기야 이틀 뒤인 22일에는 후텐마 기지를 오키나와현 내부로 옮기기로 미국측과 전격 합의했고, 23일 오키나와 방문에서 스스로 한반도 정세를 거론하며 주민들을 설득한 것.
일본 정부는 24일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직후에 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해 북한을 추가제재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는 등 민감한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하토야마 내각의 이같은 변화에 대해 일본 내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시게무라 도시미쓰(重村智計) 와세다대 교수는 "천안함 사건이 일본 내에서 미일동맹을 보는 시각을 바꿔놓았다"며 "집권 초기 중국 접근을 강조하며 미일 동맹을 수정하겠다던 민주당 정권도 태도를 바꿀 수 밖에 없게 됐다"고 당연한 변화라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하토야마 정권이 골치 아픈 후텐마 문제를 털어내기 위해 '북풍'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도쿄연합뉴스) 이충원 특파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