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의 원인을 밝혀내는 데는 쌍끌이 어선과 민.군 합동조사단(이하 합조단)의 해외 전문가들의 기여가 결정적이었다.

특히 2006년, 2007년 공군기 바다 추락사고 때 바닷속에서 기체 잔해 대부분과 '블랙박스'를 건져 올렸던 부산 대형기선저인망수협 소속 대평수산 쌍끌이 어선 2척은 지난 15일 '스모킹 건(smoking gun.결정적 증거)'인 어뢰 동체 일부를 건져 올리는데 성공했다.

이들 어선이 천안함 잔해 수거작업에 본격적으로 투입된 것은 지난 10일. 윤중성 합조단 과학수사분과장은 20일 조사결과 브리핑에서 "(잔해 수거작업에)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했지만, 조류나 수심 등 제한이 있었다"며 쌍끌이 어선의 투입 배경을 설명했다.

각각 135t인 이 어선들은 지난달 21일부터 일주일에 걸쳐 그물코 5㎜, 폭 25mㆍ높이 15mㆍ길이 60m, 무게 5t의 형태로 특수제작된 그물을 양쪽에서 끌고 지난 3일 시험운용을 거쳐 지난 10일부터 현재까지 사건 해역의 밑바닥을 샅샅이 훑었다고 윤 과장은 전했다.

이들 어선은 계속된 작업을 통해 천안함 선체에서 떨어진 상당수 파편을 건져 올린 것으로 알려졌으며 결국 지난 15일 오전 9시25 분께 폭발해역 주변 47미터 수심에서 프로펠러가 달린 어뢰의 추진동력부를 수거하는 성과를 거뒀다.

합조단은 폭발 원점을 중심으로 가로 500야드, 세로 500야드 해역을 25개 격자로 나누고 어선들이 정밀 수거 활동을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쌍끌이 어선이 찾아낸 '스모킹 건'과 북한의 연관성을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것은 합조단의 몫이었다.

특히 조사 작업에 참여한 미국과 영국, 호주, 스웨덴 등의 전문가들은 쌍끌이 어선이 건져 올린 어뢰의 추진동력부가 북한에서 제조됐다는 합조단의 조사 결과에 신뢰성과 객관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했다.

합조단은 '스모킹 건'이 북한이 해외 수출을 목적으로 배포한 어뢰 소개 자료의 설계도에 명시된 크기와 형태가 일치함을 확인했으며 추진부 뒷부분 안쪽에 '1번'이라는 한글 표기를 확인했다.

이를 토대로 합조단은 건져 올린 어뢰 동체 일부가 북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또 '1번'이라는 글자체가 7년 전 서해 연안에서 수거한 북한 훈련용 어뢰의 '4호'라는 표기의 글자체와 유사한 것으로 확인되자 해외 전문가들도 이 같은 결론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부 스웨덴 전문가는 막판까지도 "100% 북한 소행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는 소견을 피력했으나, 수집한 어뢰 부품들의 분석 결과가 나오면서 합조단의 결론에 동의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스웨덴 조사단은 해상 강국이라서 그런지 조사 과정에서 상당히 객관적이고 철저하게 단서 하나하나를 따졌다고 들었다"면서 "스웨덴 조사단이 조사 결과에 동의한 것은 객관성과 신뢰성을 부여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이 공동단장은 이날 조사결과 발표에서 "오늘 발표된 모든 사실에는 이번에 참석한 외국 조사단 모두의 견해가 완벽하게 일치했다"며 "조사단이 구성되고 단계별로 조사활동을 진행하면서 모든 분과에 외국 전문가가 동참해 일치된 공감대를 형성했고 마지막 결론에도 모두 공감하는 절차를 밟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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