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이머징마켓 아프리카] "한국기업, 아프리카에 투자하고 풍부한 자원 만끽하라"
"한국의 경제개발 경험과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 "

2010 월드컵 개최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짐바브웨.살인적인 인플레이션과 '철권 통치' 로 악명 높았던 나라다. 그러나 이 나라에도 서서히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고공 인플레는 사라졌고,성장궤도에 다시 올라선 경제를 반영하듯 거리의 모습은 밝았다.

기자가 4년 전 하라레를 방문했을 당시 "물가가 치솟아 살지 못하겠다"며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의 실정을 성토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무가베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가발제조 회사인 블루트랙의 스탠리 회장은 "화폐개혁 이후 인플레가 잡혔다. 국민들이 매일 같은 가격으로 빵을 살 수 있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올해 85세인 무가베 대통령은 지난 3일 한국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짐바브웨에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경제 회복에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한국의 경제 발전을 높이 평가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과 파트너십을 맺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공항귀빈실에서 대통령 공보수석 등 참모들이 배석한 가운데 35분가량 진행됐다.

▼30년 집권하면서 많은 굴곡을 겪었는데.

"지난 4월18일이 독립 30주년 기념일이었다. 독립 이후 짐바브웨는 크게 변했고 여러 가지 성과를 달성했다고 자부한다. 인종차별을 철폐하고 피부 색깔에 관계 없이 동등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완성한 것이 가장 큰 성과다. "

▼영국과 미국의 제재조치가 경제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짐바브웨가 (서방으로부터) 제재를 받을 이유는 없다. 영국과 미국은 짐바브웨에 민주주의가 없다는 이유로 제재를 하고 있지만,영국이 우리 땅을 식민지배하는 동안 민주주의가 있었는지 되묻고 싶다. " (그는 이 대목에서 목소리 톤을 높였고,격앙된 표정을 지었다)

▼최근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중국의 진출이 특히 고무적이다. 주요 산업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이 적극 투자하면서 짐바브웨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다. 짐바브웨에 관심을 보이는 한국 기업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풍부한 천연자원과 성장 잠재력에 주목해 달라는 것이다. "

▼지난달 영부인이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 방문이 아주 만족스러웠다고 한다. 한국은 식민지 지배와 내전의 아픔을 딛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인 나라다. 한국의 경제개발 노하우를 공유하는 파트너십을 맺고 싶다. "

▼짐바브웨가 추진 중인 외국 기업의 '현지기업화 정책'이 외국인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가 있다.

"짐바브웨는 지난 100년 동안 서방 국가들에 지하 광물자원을 수탈 당했다. 소중한 부존자원을 그냥 내주는 일은 더이상 없어야 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천연자원의 49%만 가져가고,나머지 51%는 이 나라에 남겨 놓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현지기업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외국 기업들이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외국 투자 기업을 국유화하는 것은 아니다. "

짐바브웨 정부는 올해 초 대규모 외국기업에 대해 지분 51%를 5년 내에 내국인에게 양도하도록 하는 현지기업화 정책(Indigenization Policy)을 발표했다. 하지만 외국투자가 위축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야당측 모건 츠방기라이 총리는 지난달 15일 '무효'를 선언했다. 하지만 무가베 대통령은 여전히 이 법률의 시행을 검토하고 있다.

▼짐바브웨의 경제를 어떻게 보는가.

"우리나라에 경제제재 조치를 취하고 있는 영국 · 미국 외의 다른 나라들에는 투자 문호를 활짝 열어놓고 있다. 중국과 한국,일본 등과 협력한다면 짐바브웨 경제는 과거의 높은 수준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많은 나라들에 '협력하고 이익을 공유하자'고 제안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도로와 발전소 건설이 필요하고 산업과 무역에 대해서도 투자유치를 추진 중이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짐바브웨에 투자하려는 모든 투자자들은 서두르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우리는 투자자들과 자유롭게 파트너십을 맺을 것이다. 투자자들의 재산을 국유화하지 않을 것이다. "

하라레(짐바브웨)=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