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문제에 관한한 우리 외교는 늘 일본으로부터 뒤통수만 맞아 왔다. 공격은 집요하고도 반복적으로 계속되지만 그때마다 외교장관이 일본 대사를 불러다 유감표명하는 수준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으레 그럴 줄 알고 일본은 공공연히 침탈의 강도를 높여 나간다. 국민들의 우리 외교에 대한 불신,일본에 대한 악감정만 쌓여갈 뿐이다.

지난 몇 년간 일본의 도발은 대단히 치밀하고 계산적이며 단계적이다. 2005년 '다케시마의 날'제정,2008년 중학교 학습요령 해설서의 자국영토 표기,지난해 말 고교 학습요령 해설서의 '중학교에 입각한 교육'요구,이번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독도를 자국 국경선 안에 넣은 조치가 다 그렇다. 외교청서나 하토야마 총리의 영유권 주장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교과서를 통해 그들의 자라나는 세대에 독도영유권을 각인시키겠다는 것은,지금까지 그래왔듯 미래에도 일관되게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우기겠다는 전략이다. 그런데도 예나 지금이나 우리의 금과옥조(金科玉條)는 '조용한 외교'다. 강경 대응은 독도의 분쟁지역화라는 일본 술책에 말려들 뿐이며,우리가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그것을 조용히 강화하면 된다는 방어적 논리 또한 변함이 없다.

정말 그럴까? 이미 독도는 사실상 분쟁지역이다. 미국의 태도만 해도 그렇다. 미국은 독도문제에서 줄곧 일본 편이었고,최근의 2008년 연방지명위원회도 '주권 미지정'의 리앙쿠르암(岩),즉 분쟁지역으로 규정했다. 무엇보다 영토 도발에 적절하고 명백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국제법상 '묵인효과'를 갖는다고 한다. 무기력한 대응이 자칫 영유권의 국제법적 부인(否認)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얘기다. '조용한 외교' 그것이 바로 일본의 노림수일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국제사법재판소(ICJ)가 독도문제에 대한 재판을 열고 관할권을 강제할 권리는 없다. 한 · 일 모두가 합의하지 않는 한, 제소 자체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본이 줄기차게 스스로와 국제사회를 기망(欺罔)하면서 독도를 ICJ로 끌고 가려는 것은 결국 영유권도 외교력에 의해 좌우되는 현실,국제법적 접근에 대한 그들의 막강한 영향력을 믿고 있는 까닭이다. 단적으로 지금 오와다 히사시(小和田恒) ICJ 소장은 다름아닌 일본 왕세자비의 부친이다. 실효적 지배에서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는 우리의 조용한 외교가 도무지 미덥지 않은 이유다.

영토는 어떤 경우에도 양보할 수 없는 국가 존립의 근간이자 영토주권은 절대적인 가치다. 우리 영토에 대한 실효지배를 강화하는 것은 당연하고 일상적인 일이지,일본의 침탈을 막는 대응책이 아니다. 독도에 대한 일본의 근본적 인식변화,상황반전이 없는 한 그들의 공격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고 우리의 방어적 대응은 무의미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확실한 반격만이 국면을 바꾸는 유용한 전략일 수 있다. '맞대응'(tit-for-tat)이 오히려 적과의 공존을 이끌어내는 최선의 방책임은 로버트 액설로드의 <협력의 진화>에서도 검증된 메커니즘이다.

독도문제에서 우리가 결코 물러설 수 없는 것처럼,일본이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급소(急所)가 없지 않을 것이다. 그것을 고리로 삼아 공세적 대응전략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마찬가지로 일본과 영유권 분쟁 상태인 중국 러시아와의 연대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독도는 우리 군(軍)이 책임져야 할 국토방위의 최일선이다. 민생치안을 돌보는 경찰이 안보의 요충지인 독도를 지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우리 초등학교,중 · 고교 교과서가 독도의 역사적 사실과 일본의 침탈을 어떻게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대다수 교과서에서 독도가 거의 무시되거나 누락돼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이것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추창근 논설실장 kunn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