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재개 압박효과..천안함 사고 돌발변수

우리나라가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를 유치하면서 6자회담 재개 흐름에도 미묘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차기 회의가 앞으로 2년 후인 2012년 열리고 북핵 자체가 직접적 어젠다로 오르지는 않지만 이번 서울 유치가 갖는 국제정치적 함의를 감안할 때 북핵논의 전반에 '보이지 않는' 임팩트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우선 이번 서울 유치로 북한이 느끼는 심리적 압박효과가 상당히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 2년후 세계 주요 50개국 정상이 핵문제를 주제로 한반도의 남쪽에 회동한다는 '예보' 자체가 핵게임을 벌이고 있는 북한에게 커다란 중압감으로 다가서지 않겠느냐는게 소식통들의 시각이다.

정부의 핵심 소식통은 14일 "(6자회담 재개에) 긍정적인 자극이 될 것"이라며 "김정일 위원장으로서는 계속 핵개발을 하는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북핵 문제가 6자회담이라는 제한적 논의의 틀을 넘어 전세계적 공론의 중심화두로 전면 부각되는 분위기도 북한에게 압박의 무게를 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주목할 점은 2012년이라는 시의성이다.

2012년은 북한이 후계구도 완성과 함께 강성대국을 실현하겠다고 공언한 목표년도다.

만일 북한이 핵포기가 아니라 핵보유국을 지향하는 방식으로 강성대국을 추구하기로 방향을 정했다면 핵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릴 경우 상당한 충격파로 다가설 수 있다.

이번 서울 유치는 비단 북한 뿐 아니라 우리 정부에게도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제2차 정상회의는 그 내용과 상관없이 북핵 해결에 대한 일종의 '데드라인' 효과로 작용할 개연성이 있다.

특히 주최국인 우리 정부로서는 차기회의 전까지 북핵문제가 순조롭게 해결돼 '핵없는 한반도'를 세계만방에 과시하는 밑그림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이 13일(미국 현지시간) "북한이 2011년, 2012년 2년동안 6자회담을 통해 핵을 포기할 확실한 의지를 보이고 NPT(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해 합의된 사항을 따르게 된다면 기꺼이 초대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물론 북핵 해결이 진전을 보지 못한 채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릴 수는 있지만 그 의미와 효과는 반감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대체적이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로서는 차기회의 개최 이전까지 2년간 6자회담의 재개와 논의 전개과정에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장국인 중국으로서는 이런 분위기를 타고 중재모드를 더욱 주력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6자회담 재개조건을 둘러싼 북.미의 줄다리기 속에서 중국은 6자회담 예비회담과 같은 중재안을 토대로 적극적 교섭을 시도하며 회의소집을 추진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6자회담이 5∼6월중으로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상황이 그다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우선 북한이 심리적 압박을 느끼더라도 당장 근본적인 태도변화를 보일 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김계관 부상의 방미 형식을 빌린 북.미 추가 고위급 대화를 통해 ▲제재해제와 ▲평화협정 체결과 관련해 미국으로부터 '양보'를 끌어내는데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요지부동이다.

북한이 확실히 6자회담 복귀를 확약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북.미 추가접촉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계속 견지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3일 핵안보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예를 들어 경제활동을 개선해야 한다는 등의 압박을 느끼고, 그래서 6자회담에 복귀하기를 기대한다"고 선(先) 6자회담 복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북.미간의 대립이라는 '상수'(常數) 외에도 천안함이라는 돌출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사고원인 규명 결과에 따라 북한의 개입이 드러난다면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6자회담은 아예 뒷전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미는 천안함 조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북.미대화는 허용될 수 없다는 컨센서스를 형성하고 있는 상태이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