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정일 `4월 초순' 중국 방문 물건너가나
최고인민회의 불참 감수해야..`4월말 이후' 관측 유력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 임박설'이 수그러지지 않는 가운데 당초 유력한 시점으로 꼽혔던 4월의 첫 주말이 별일 없이 넘어가면서 방중 시기를 놓고 여러 가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조중우의교(압록강철교)로 북한 땅과 이어져, 김 위원장이 중국에 갈 경우 거의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되는 북중 국경도시 단둥(丹東)에서는 5일 오전 현재 김 위원장의 방중과 연관된 동향이 전혀 포착되지 않고 있다.
또 김 위원장이 3일 저녁 신임 중국대사 환영 만찬에 참석했다는 조선중앙통신 보도 등을 볼 때 적어도 5일 오전까지는 그가 방중길에 오르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김 위원장의 `4월 초순' 방중 가능성을 점칠 때 고려해야 할 요소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9일 개막하는 북한의 제12기 2차 최고인민회의에 김 위원장이 참석할 것인가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릴 예정인 핵안보 정상회의에 중국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참석한다는 사실이다.
김 위원장이 이번 최고인민회의에 참석하려면 5일 당장 방중길에 올라도 돌아오는 시간까지 포함해 만 나흘밖에 시간이 없다.
열차를 이용해 평양에서 베이징까지 가는데 편도에만 최소 20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오가는데 이틀을 빼면 결국 이틀의 말미밖에 없는 셈이다.
김 위원장이 중국에 가서 해결해야 할 6자 회담 복귀 여부, 경제원조 확보, 후계구도 정리 등 현안들의 무게를 감안할 때 일정이 너무 촉박하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참석을 포기하면 시간 여유는 며칠 늘어날 수 있다.
후 주석의 출국 시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오는 11일 출국을 전제로 늘어나는 말미는 이틀 내지 사흘이 될 것 같다.
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에 불참하고, 후 주석이 11일 출국하는 것이 가장 길게 시간을 쓸 수 있는 그림인데, 이렇게 돼도 5일부터 10일까지 `만 5일'이 고작이다.
여전히 일정이 촉박하기는 마찬가지란 얘기다.
물론 과거 김 위원장의 방중 전례를 보면 `만 5일'간 중국에 다녀오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김정일 체제 1기'가 출범한 1998년 이후 김 위원장은 모두 4차례(2000년 5월, 2001년 1월, 2004년 4월, 2006년 1월) 중국을 방문했는데 그 가운데 2차례는 평양 출발부터 압록강철교를 넘머 귀국하기까지 일정을 `3박4일'로 소화했다.
2000년 방중의 경우 5월28일 특별열차편으로 평양을 출발, 29일부터 베이징 일정을 시작해 장쩌민(江澤民) 당시 중국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31일 오후 북중 국경을 넘어 신의주로 돌아왔다.
또 2004년에도 후진타오 주석의 초청을 받아 1월 19∼21일 사흘간 중국을 방문하고 22일 압록강 철교를 넘어 귀환했다.
반면 2001년에는 1월 15일부터 6박7일 일정으로, 2006년에는 1월 10일부터 8박9일 일정으로 중국을 다녀왔지만 이 때는 정상회담 외에 상하이, 선전 산업지역을 시찰하느라 일정이 길어졌다.
결론적으로 김 위원장이 9일 최고인민회의 개막식에 참석할 경우 당초 유력한 것으로 관측됐던 `4월 초순' 방중은 물리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1998년 9월 최고통치자로 공식 등극한 이후 작년까지 열린 모두 13차례의 최고인민대회 가운데 4번(2003년 3월 `제10기 6차', 2004년 4월 `제11기 2차', 2006년 4월 `제11기 4차, 2008년 4월 `제11기 6차')은 참석하지 않았다.
올해 최고인민회의가 김정은 후계구도 등과 관련해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더 다급한 문제가 있으면 불참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경제난 악화로 민심 동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최고인민대회 참석을 포기하면서까지 단 이틀 일정을 늘려 꼭 이 때 중국에 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북한대학원대학교의 양무진 교수는 "현 시점에 북한은 중국의 경제적 도움이, 중국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가 필요한 만큼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 가능성은 살아 있다"면서 "다만 김 위원장이 당.정.군의 단결을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최고인민회의엔 가급적 참석할 것으로 보여, 사실상 오늘(5일)을 넘기면 4월 초순은 물리적으로 어렵고 4월말 이후로 늦춰진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j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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