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상급단체 파견자 타임오프서 제외" 정부에 요구
재계 "복수노조만 허용…전임자 無賃 백지화" 반발
"양대노총 파견자, 기업서 임금 줘라" 논란

한나라당이 타임오프(근로시간 면제) 적용 대상에서 상급노조 파견자를 제외할 것을 정부에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전임자 임금 지급을 금지하더라도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 등 상급노조에 파견된 조합 간부의 임금은 기존 관행대로 소속 기업들이 지급하자는 것이다. 정부가 향후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에서 한나라당의 요구를 검토하기로 함에 따라 타임오프 기준을 정하는 과정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재계는 "여당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노동계가 요구해 온 복수노조만 허용하고 전임자 임금 지급은 백지화되는 내용으로 개정 노동법이 시행되는 셈"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양대 노총 파견자는 임금지급해달라"

8일 한나라당에 따르면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한나라당 노동계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상급노조 파견들은 타임오프 대상에서 제외해줘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됐다. 여당 핵심 관계자는 "한국노총과의 연대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는 한국노총이 안게 될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별도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이날 협의회에서 이 방안을 강력하게 주문했고 노동부도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키로 했다"고 밝혔다. 당정은 이달 중 구성되는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키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노동계는 상급노조 파견자를 근로시간 면제 대상에서 제외하고 노사가 단체협약을 통해 별도로 임금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오는 7월부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가 시행되면 타임오프 총량이 정해지게 되고 전임자들은 최대 그 시간만큼의 임금만 받을 수 있다. 타임오프 총량이 월 1000시간으로 정해질 경우 전임자가 두 명이면 각각 500시간씩만 유급시간으로 인정된다. 한나라당의 주장은 이 2명의 전임자 중 1명이 금속노조 등 상급단체에 파견될 경우 회사가 이 파견자에 대한 임금을 그대로 보전해주고,나머지 전임자 1사람에게 1000시간의 유급시간을 몰아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백지화" 반발

학계와 재계는 여당의 방침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무엇보다 국제적으로 상급단체 파견자의 임금을 보전해주는 사례를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특정 사업장에 속해 있지 않은 상급단체에 대해 기업이 재정적 지원을 하는 것은 '난센스'라는 지적이다. '노조의 자주성을 위해서는 재정적 독립이 필요하다'는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취지와 충돌하는 데다 상급단체 파견을 부추기는 부작용만 가져온다는 주장이다.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에 속하지 않은 독립노조와의 형평성 문제도 거론된다. 한 독립노조 관계자는 "노조의 과다한 전임자 수를 줄여야 한다는 취지가 퇴색되고 오히려 양대 노총이 비대해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재계 관계자는 "당정이 상급단체 파견자를 전임자 수에서 제외키로 교감을 이뤘다면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에서도 노조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노 · 사 · 정 합의정신은 사실상 백지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도 "민간기업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항을 법령으로 정하지 않고 심의위에 맡긴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심의위가 법 정신을 살려 공정하게 기준을 정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전경련도 "타임오프 총량 및 전임자 수 등을 제3의 기구에서 논의하기로 할 때 이미 충돌의 장이 만들어진 것"이라며 상급단체 파견자를 전임자 수에서 제외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타임오프는 일정한 업무에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활용 인원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데도 노동계가 인원제한 규정의 삭제를 요구하는 것은 현재의 전임자 숫자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타임오프 활용인원 제한규정의 명문화를 요구했다. 경총은 "전임자 수를 규정하지 않으면 여러 사람이 나눠쓰게 돼 회사에서 관리하기가 어렵다. 적어도 시행령에서는 전임자 수를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경봉/김유미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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