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가공 활성화대책..가공업체에 쌀가루 직접 공급
李대통령 "쌀, 3년간 보관말고 미리 내놓으면 싸져"

이명박 대통령이 지시한 쌀가공식품 생산 및 소비 활성화의 일환으로 정부가 보유한 묵은 쌀 40만t을 밀가루 가격에 공급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현재 쌀 가격은 1㎏당 2천188원, 밀가루는 1㎏당 900원 수준이므로 재고 쌀을 사실상 반값 수준에 공급하겠다는 의미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4일 "재고 쌀 160여만t 중 적정 재고를 제외한 80여만t 가운데 공공비축미 등을 뺀 약 40만t은 밀가루 가격에 공급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일반 소비자는 묵은 쌀을 안 먹기 때문에 대부분 쌀가공업체로 공급하면 장기적으로 쌀 수요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며 "쌀가공식품 시장에서 쌀의 가격경쟁력을 높이고 재고 쌀의 보관 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일거양득"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정부 방침은 매년 쌀 소비 감소로 쌀값이 하락하는 악순환을 막고자 쌀 가공식품 업체에 파격적인 가격으로 쌀을 공급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쌀 소비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쌀가공식품 업체들이 가장 큰 애로점으로 밀가루보다 비싼 쌀의 원료 가격을 드는 점과 재고 쌀을 보관하는데 드는 막대한 비용을 고려한 조치가 될 것이라는 게 정부 측의 설명이다.

다만 40만t의 재고 쌀을 한꺼번에 시장에 반출할 경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쌀가공식품 업체에 공급하는 쌀 원료를 장기적으로 현재의 쌀알이 아닌 쌀가루로 모두 대체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CJ제일제당, 대한제분, 한국제분 등 국내 유수의 제분업체들과 접촉해 쌀 제분 사업 진출 여부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국내 최대 식품가공업체인 CJ는 현재 밀 제분 공장의 일부를 쌀 제분 라인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또 쌀이 밀과 달리 점성을 갖게 하는 성분인 '글루텐'이 없어 가공이 어려운 점을 고려, 쌀 가공 기술을 연구하는 업체에 연구.개발(R&D) 비용을 지원키로 했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서 열린 제45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정부가 쌀을 싸게 공급하는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그게 소비를 촉진하는 길"이라며 정부 비축미의 효율적 활용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또 "정부가 (비축미를) 3년간 보관했다가 싸게 내놓는데 미리 내놓으면 되지 않느냐"면서 "정부가 쌀을 3년간 보관하는데 보관료를 생각하면 더 경쟁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 2008년 3월 첫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연간 쌀 보관료가 6천억원이나 되는데 이런 보관비용을 감안하면 묵은 쌀값을 낮춰 기회비용 개념으로 처리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하는 등 여러차례 쌀 재고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