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상 `유엔제재 해제' 요구..끝까지 고집하긴 어려울듯

북한이 11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평화협정 체결 문제와 비핵화 논의를 연계해 동시에 끌고 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동안 6자회담 논의가 북한의 비핵화에 집중됐다면 앞으로는 평화협정 문제를 전면으로 끌고 나와 함께 다루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이다.

북한은 올해 신년공동사설에서도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는데서 나서는 근본문제는 조(북)미 사이의 적대관계를 종식시키는 것"이라며 "대화와 협상을 통해 조선반도의 공고한 평화체제를 마련하고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우리의 입장은 일관하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 6자회담 참여국인 남북한과 미국,중국,일본,러시아가 2005년 합의한 `9.19공동성명'에는 "직접 관련 당사국들은 적절한 별도의 포럼에서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가질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6자회담은 비핵화 문제만 집중적으로 논의해 `2.13합의', `10.3합의' 같은 6자회담성과도 전적으로 북핵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만 담고 있다.

결국 북한은 자신들이 핵을 보유하게 된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체제 위협'이 상존한다는 판단에 따라 평화체제 논의를 병행하는 카드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셋째 아들인 김정은을 후계자로 내정하고 후계구도 구축에 착수한 상황이어서 대외적 환경의 안정이 절실하다고 봐야 한다.

비핵화와 평화체제 논의를 함께 끌고 가는 것에 대해서는 미국도 부정적이지만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작년 12월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 당시 북미 양국은 6자회담 재개시 남.북.미.중 4자대화를 별도 가동해 평화협정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를 논의한다는데 양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북한이 이번에 `6자회담 틀'에서 평화체제를 논의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6자회담의 유효성을 재확인한 만큼 비핵화를 논의하는 6자회담과 평화체제를 다루는 별도 포럼이 동시에 가동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북한이 작년 12월 평양에서 열린 북.미 양자회담에서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는 `잠재적 의향(potential disposition)'을 암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만한 `명분'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 하는 대목이다.

이 문제가 풀리지 않고서는 미국도 평화체제 문제를 논의할 별도 포럼을 개최하는데 동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 외무성 성명은 "제재라는 차별과 불신의 장벽이 제거되면 6자회담 자체도 곧 열리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표면상 대북제재의 해제를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유엔안보리 결의를 거쳐 이뤄지고 있는 대북제재를 미국이 단독으로 해제하기는 어렵고, 오바마 행정부 역시 북한에 원칙주의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만큼 북한이 대북제재의 완전 해제를 고집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장용석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북한은 미국에 대해 유엔 제재의 완전해제를 요구하고 있다기 보다 회담 불참 선언을 거둬드릴 명분을 바라는 것 같다"며 "미국이 정치적 명분을 제공하면 자연스럽게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고 평화체제 포럼을 가동하는 수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j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