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원 국민은행장이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에서 사퇴함에 따라 KB금융과 국민은행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전략적 경영 업무 중단,차기 회장 선임 난항,신인도 하락,국민은행 노조의 반발 등으로 KB금융이 적지 않은 혼란에 빠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인수 · 합병(M&A) 등 새해 경영 차질

강 행장은 차기 회장이 선임될 때까지 KB금융지주 회장 직무대행과 행장직을 유지하며 뒷수습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M&A 등 전략적인 업무를 추진하는 데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강 행장은 비은행 부문 성장과 은행의 전력 보강을 위해 푸르덴셜증권과 외환은행 인수를 꾀해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하나금융지주 등이 외환은행 인수에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으나 강 행장은 적극적인 경영에 나서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회장 인선과 관련한 파문에 국민은행 노동조합이 긴급 집행위원회를 열어 당분간 일상활동을 중단하고 관치금융에 대한 투쟁체제로 전환키로 한 점도 부담이다.

이번 사태는 KB금융의 평판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주주 비중이 절반을 넘는데다 이미 주총 공시까지 마친 상태여서 주총 취소와 내정자 사퇴가 신인도를 크게 훼손할 수 있다.

◆차기 회장 선임은 언제

차기 회장 선임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금융당국이 사외이사들로만 구성된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에서 후보를 뽑는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어서 당장 회장 선임 절차가 진행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조담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은 "현 회장 선임 절차 및 방법과 이사회 운영 방안에 대한 컨설팅 결과와 금융위원회의 사외이사제도 개선안이 나온 뒤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업계에서는 이사회 운영 방식 개선 및 금융당국과의 교감을 거친 뒤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새로운 회추위가 구성돼 후보를 추천하기까지 적어도 두 달 이상 걸리는 만큼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 직전에 가서야 차기 회장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벌써부터 차기 회장에 누가 오를지 하마평이 돌고 있다. 금융당국이 온갖 비판을 무릅쓰고 강 행장을 낙마시킨 만큼 관료 출신이나 친정권 인사들이 후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강 행장의 행장직 거취도 주목된다. 행장 임기는 오는 10월30일이다. 감독당국의 압박으로 행장마저 곧바로 그만둘 경우 KB금융의 컨트롤타워가 사라진다. 이 때문에 조기 사퇴보다 임기를 채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KB금융 지배구조는

이날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들이 사퇴를 표명하지 않았지만 최근 금감원의 사전조사로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일부 사외이사가 결국에는 물러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럴 경우 이사회의 전반적인 개편이 불가피하다. 사퇴한 사외이사의 빈자리는 주주총회가 열릴 때까지 공석으로 남아 있게 된다. 주총 이후 사외이사 선임 때 금융당국 인사는 아니더라도 정부의 편에 설 수 있는 인물로 채워질 가능성이 있다. KB금융 전체 지분의 5.26%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사외이사 후보를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